4대 은행 엔화예금 잔액, 지난달말 8.7조→7일 8.2조
"美ETF 유입 가능성…美만기 국채·엔화 동시 투자상품 인기"
美상호관세 글로벌 불확실성에 엔화 '수혜'…강세 지속 전망
[서울=뉴스핌] 송기욱·송주원 기자 = 일본 엔화(JPY) 예금이 이달 들어 5000억원 이상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여파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등이 강세를 보인데 따른 투자 심리로 해석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8327억엔으로 이날 오전 9시 원·엔화 환율 기준 한화 8조2405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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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엔화예금 잔액은 8327억엔으로 이날 오전 9시 원·엔화 환율 기준 한화 8조2405억원 규모다. 지난달 31일 8869억엔(한화 8조7419억원) 대비 5014억원 감소한 수치다. [사진=김아랑 미술기자] |
이는 지난달 31일 8869억엔(한화 8조7419억원) 대비 5014억원 감소한 수치로, 4월에 접어든 지 약 일주일 만에 5000억원이 넘는 엔화예금이 유출된 것이다.
은행권·증권사 PB(프라이빗 뱅커)들은 해지된 엔화 예금이 원화, 또는 미국 달러(USD)로 전환돼 증권사 계좌를 통해 미국 ETF(상장지수펀드)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미국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크다. 이 때문에 최근 급격한 하락세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저가매수 심리를 자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증권사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지수 추종 ETF 순매수세는 한 달 만에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 ETF의 경우 3월7일 개인 순매수액은 40억원에 그쳤으나, 한 달 뒤인 4월7일에는 228억원으로 5.7배 급증했다. 기간별로 보면, 3월 4~7일 순매수액은 282억원이었으나, 4월 1~4일에는 477억원으로 69% 늘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S&P500 ETF는 지난달 7일 기준 순매수액 17억원에서 이달 7일 68억원으로 4배 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 ETF 역시 3월27일~4월2일 순매수액 49억원에서 4월 3~8일에는 1245억원으로 대략 25배 폭증했다.
미국 ETF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이어지는 정책 불확실성 속 미국 주식 시장이 일제히 폭락하며 S&P500 등 주요 지수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주식 폭락으로 주요 지수 ETF와 개별 종목들이 일제히 저평가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엔화 가치 상승에 미국 30년 만기 국채와 엔화에 동시에 투자하는 상품들에도 투심이 옮겨 붙고 있다. 지난 7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08원을 돌파하며 2023년 이후 처음으로 1000원대를 넘어섰다. 엔화 가치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엔화 가치가 그 수혜를 입고 있다. 일본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0.75%까지 추가 인상할 것이란 관측도 엔화 강세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로 전날(9일)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 수익률(연초 이후)은 8.96%로 집계됐다. 국내 상장된 해외채권형 ETF 36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 같은 기간 해외채권형 ETF의 평균 수익률은 1.69%다. 평균 대비 5.3배 높은 성과다.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합성 H)' ETF 수익률도 8.55%를 기록했다.
이들 상품은 미국 30년 만기 국채와 엔화에 동시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미국 금리 하락 시 채권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고 엔화 강세 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7일 SNS를 통해 "인플레이션은 없다. 느리게 움직이는 연준은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도 했다. 장기채는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 국면에서 더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