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악화에 올해도 낮은 성장 전망, 등급 하락 가능성 ↑
"신용등급 하락 시 대출 한도 축소, 높은 이자 적용"
금융권 강조 보통주자본 비율도 문제, 위험성 높은 대출 꺼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은행권에서 3~6월 중 기업에 대한 신용 재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대출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은 통상 1분기에 나오는 기업들의 지난해 재무재표를 바탕으로 신용을 재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 악화로 인해 중소 기업들은 보다 낮은 신용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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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로고. [사진=각 사] |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도 그렇지만 올해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면서 "이 때문에 정량평가에 이어 정성평가에서도 등급이 오를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낮아진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하반기에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거나 대출 이자가 높아질 전망이다. 높은 환율과 미국의 관세 전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중소기업들에게 하반기 더 어려운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최근 금융권이 자본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삼고 있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에 나서는 것도 중소기업의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기업 밸류업의 일환으로 주요 금융지주는 CET1 비율이 13%를 넘어서면 주주 환원에 나서겠다고 한 바 있는데 은행들은 이후부터 CET1 비율 13%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CET1 비율은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위험율이 높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면 위험가중자산이 커져 CET1 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대출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22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통해 올해 2분기, 국내은행이 중소기업 및 가계에 대한 대출 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의 전체 대출태도지수는 올해 2분기 -6을 기록했다.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마이너스를 이어오다 1분기 플러스 전환했지만,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 지수는 플러스면 완화, 마이너스면 강화 기조를 뜻한다.
대기업은 6으로 플러스였지만, 중소기업은 0에서 -6으로 마이너스 전환돼 대출 태도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여신건전성 관리 기조로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대출 태도가 다소 강화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 태도를 강화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내 불확실성 증가로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원활한 자금 지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조기 대선으로 새로 들어설 정부의 경제 정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는 방침을 정하고 이를 추진한다면 은행권이 이에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