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브랜드, K-뷰티 성장 견인… 유럽·중동 시장 확대
독창적인 컨셉과 브랜딩으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 K-뷰티가 해외 시장에서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K-뷰티 열풍이 불면서 틱톡 등 SNS에서의 바이럴, 한류, K-뷰티의 독특한 성분 등 제품력이 현지에서 각광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 화장품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중소기업 중심의 화장품 인디 브랜드들이 K-뷰티의 급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과 달리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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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화장품 수입 현황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 한국, 미국으로의 화장품 최대 수출국으로 도약
25일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인디 브랜드들은 특히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17억100만달러(약 2조5000억원)를 기록하며, 프랑스(12억63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를 넘어서며 1위를 차지했다.
한국 화장품이 프랑스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게 된 것은 ▲한류의 영향력 ▲효과적인 디지털 마케팅 ▲혁신적인 제품 개발 ▲소비자 니즈 충족 ▲인디 브랜드의 약진 ▲적극적인 글로벌 유통망 확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2.2%로, 프랑스를 5.9%P(포인트) 앞서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도 한국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화장품 수입국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점유율은 28.8%에 달한다. 한국 브랜드는 미국과 일본의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각각 22%, 4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 화장품 수출 규모는 102억 달러(약 15조원)로 전년 대비 20.6% 증가했다.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한 2021년(92억 달러)보다 10.9% 증가하며 최고 실적을 갱신했다. 한국 화장품 수출은 2012년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긴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12년 만에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벤처기업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기업 수출 효자는 '화장품'이었다. 총 15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해 전체 벤처 수출 품목 중 1위를 차지했다. 전체 벤처 수출 규모는 188억 달러(약 27조원)를 기록했는데, 이 중 8% 비중을 차지했다. 화장품 시장은 한류 열풍을 타고 7배 이상 성장했으며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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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연도별 화장품 수출 현황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 대기업 제치고 중소 브랜드 약진… 이유는?
중소·인디 브랜드는 대기업과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컨셉과 브랜딩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의사결정으로 트렌드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신제품 출시 등 시장 대응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SNS 등 디지털 채널을 적극 활용해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과의 소통 및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진행한다.
또한 국내의 우수한 OEM·ODM 인프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낮다. 인디 뷰티(Indie Beauty) 브랜드는 인지도가 높은 메이저 브랜드가 아닌 독특한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 개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 인지도보다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찾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인디 뷰티 시장은 최근 수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인디 뷰티 브랜드에 대한 높은 관심도는 미국 시장 내에서 K-뷰티가 주목받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뷰티 시장에서 보지 못했던 참신한 제품이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했다는 분석이다. K-뷰티 스킨케어 제품은 혁신적인 기술이나 기능성 성분을 강조하고, 동시에 피부에 큰 자극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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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미박스] |
◆ 스킨천사· 미미박스 등 중소 브랜드 약진… 글로벌 시장서 성과
미미박스는 2018년 세계 최초로 미국 세포라와의 협업을 통해 'KAJA (카자)'라는 색조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미미박스 매출의 약 90%는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북미 매출이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포라와 얼타 뷰티에 입점해 프리미엄 소비자층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월그린스, 노드스트롬 등 대형 리테일 채널로 유통을 확장했다. 타겟 및 CVS 입점도 준비 중이다. 미미박스는 미국 시장에서 리테일 파트너십 확대를 통한 고객층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리테일 파트너십 확대 전략은 미국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 및 매출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 미미박스는 대표 색조 브랜드 아임미미와 카자를 전면에 내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최근 네오팜의 대표 브랜드 아토팜, 리얼베리어, 더마비, 제로이드, 티엘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드럭스토어 '나디(Nahdi)'에 입점하며 사우디아라비아 뷰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네오팜은 2000년 설립됐으며 이래 독자적 기술력으로 개발한 ▲민감 피부 전문 스킨케어 브랜드 '아토팜' ▲피부 장벽 전문 더모 코스메틱 브랜드 '리얼베리어' ▲생활 보습 바디 전문 브랜드 '더마비' ▲클리니컬 뷰티 브랜드 '티엘스' ▲메디컬 스킨케어 브랜드 '제로이드' 등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스킨천사는 미국 최대 규모 화장품 유통 업체인 울타뷰티의 140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일본에서도 뷰티 카테고리 전체 탑 10에 진입했다.
코스알엑스는 '울타(Ulta)', '타깃(Target)' 등 26개 이상의 소매업체에 입점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마녀공장은 자연에서 추출한 성분을 원료로 화장품을 개발하는 브랜드다. 지난해 기준 일본, 중국, 미국 순으로 실적을 내고 있으며, 지난해 상반기 미국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98%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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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수출 상위 3개 국가별 화장품 점유율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 K-뷰티 시장, 중국 의존도 낮아질 것… 美 관세 이슈서도 자유로워
최근 K-뷰티는 미국을 넘어 유럽, 중동 등에서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2년간 유럽에서 한국 화장품의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한국산 화장품 수출액이 전년 대비 63.7% 증가했다. 프랑스에서도 한국으로부터의 기초 화장품 수입액이 전년 대비 57.9% 증가했다.
K-뷰티 시장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시장 다변화로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전문적인 ODM과 파트너 협업을 통해 트렌드 확산에 빠르게 대응하는 인디 브랜드들의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최근 부과한 관세 정책에 국내 뷰티 대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시설에 직접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OEM·ODM사의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은 중소·인디 K-뷰티 브랜드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정부의 지원을 통한 K-뷰티 펀드 조성 등 여러 가지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다.
이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화장품 소비 트렌드 상위 5개는 이미 K-뷰티 브랜드들이 압도하고 있기에, 올해도 K-뷰티의 흥행에 긍정적인 환경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최근 미국 발 관세 이슈에서 가성비 위주의 K-뷰티는 낮은 단가로 인해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이고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이 예상되는 C-뷰티에 비해 오히려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글로벌 시장 성공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uni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