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전략적 M&A…부실 정리 아닌 새로운 성장 모델
디지털 고객 370만명 확보…보험-저축은행 시너지 기대
OK금융도 인수전 가세…저축은행 업계 '판' 흔들리나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교보생명이 국내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금융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인수는 부실 구조조정이 아닌, 건전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인수합병(M&A)으로 평가받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내년 10월까지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인수금액은 약 9000억원이다. 지분 매각에 나선 SBI홀딩스는 현재 SBI저축은행 지분 85.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교보생명은 올해 하반기 30%를 우선 인수한 뒤, 내년까지 추가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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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사진=교보생명] |
SBI저축은행은 총자산 14조289억원, 자본총계 1조8995억원, 거래 고객 172만명을 보유한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특히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거의 보유하지 않아 최근 저축은행권 부실 이슈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된다.
SBI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부실화로 업계 전반이 적자를 기록했던 2023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891억원, 80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PF 대출을 최소화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 보험·저축은행 시너지 기대…교보 "금융 플랫폼 확대"
교보생명은 이번 인수를 통해 보험과 저축은행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보험 계약자에게 저축은행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축은행 고객에게는 보험 상품을 연계하는 등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확대해 고객 기반을 더욱 넓힐 방침이다.
또한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도 고객 접점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교보생명 앱(230만명)과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앱(140만명)을 합치면 약 370만명의 금융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보험 상품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 고객층까지 적극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대고객 서비스 경쟁력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계좌를 보험금 지급 계좌로 활용하고, 보험사 대출 거절 고객을 저축은행 대출로 연결해 가계여신 규모를 1조6000억원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SBI저축은행의 예금을 교보생명의 퇴직연금 운용상품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금융 시너지도 모색 중이다.
펀드판매, 방카슈랑스 등 저축은행 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법적으로는 허용돼 있지만 불완전판매 우려로 저축은행 업계에서 위축됐던 사업들이 다시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SBI저축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저축은행과 보험의 경계를 허물고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저축은행 업계 "새로운 M&A 모델"…OK금융도 인수전 가세
이번 M&A는 부실 저축은행 정리가 아닌, 1위 저축은행 인수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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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저축은행 역할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3.20.gdlee@newspim.com |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부실도 없는 국내 1위 저축은행"이라며 "이번 M&A는 단순 구조조정이 아닌 건전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모델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저축은행 업권 전체로 봐도 신선한 사례"라며 "앞으로 이런 전략적 M&A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OK금융그룹도 상상인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저축은행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