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노동의 경계…장애 예술인 고용 새로운 패러다임
플라이쿱, 장애 예술인의 창의성으로 패션에 새 바람
협약을 통한 장애 예술인의 안정적인 사회 진입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장애 예술인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어메이징아웃사이더아트센터(이하 '어메이징')와 맞춤형 패션 제조 전문기업 주식회사 플라이쿱(이하'플라이쿱')이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예술 기반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양측은 20일, 예술을 통한 상생과 가치 확산을 목표로 장애 예술인의 창작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 및 유통, 공동 마케팅을 골자로 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양평에 위치한 어메이징아웃사이더아트센터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기반으로, 플라이쿱이 패션 상품을 기획·제작·유통하고, 양 기관이 공동으로 홍보 및 유통을 진행하는 형태다. 제품 판매 수익 분배와 저작권료 지급은 별도 계약을 통해 투명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플라이쿱이 이번 협약을 계기로 장애 예술인을 정식 고용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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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쿱과 장애예술인들이 아트콜라보 협약식을 맺고 있다. [플라이쿱 제공] |
그 첫 사례로, 센터 소속의 조영남 작가가 플라이쿱의 1호 장애인 직원으로 채용된다. 조 작가는 최근 결혼한 정은혜 작가의 남편이자, 같은 공간에서 활동해온 예술 동료다. 기업은 이후에도 2호, 3호, 4호 작가를 순차적으로 고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플라이쿱은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의 특화 유니폼과 고부가가치 의류 제품을 생산해온 기업으로, "정형화된 디자인 산업에 예술의 감성과 사회적 가치를 더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이 단순 전시에 머물지 않고 생산과 노동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양평의 어메이징아웃사이더아트센터는 정은혜 작가를 비롯한 10여 명의 장애 예술인들이 활동하는 창작 공간이다. 이들은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탁월한 시각 언어와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센터는 단순 예술치료가 아닌, '노동으로서의 예술'을 지향하며 작가들의 자립과 사회 진입을 실질적으로 돕고 있다.
정은혜 작가는 다운증후군을 지닌 아티스트로, 일러스트를 통해 사람과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특히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영옥역으로 분한 한지민의 쌍둥이 언니 이영희 역으로 출연하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고, 다큐멘터리 영화, 전시, 방송 등을 통해 그의 삶과 작품 세계가 조명됐다.
그의 그림은 타인의 얼굴을 담는 것으로 시작해, 결국 우리 사회의 얼굴을 그리는 작업이 되었다는 평을 받는다. 조영남 작가와의 결혼 소식도 화제를 모았는데, 이번에 플라이쿱과의 협약을 통해 두 작가의 삶과 노동이 함께 확장되는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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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쿱이 조용남 작가를 장애인 1호 직원으로 고용하기로 하고, 환영사를 하고 있다. [플라이쿱 제공] |
센터 관계자는 "정 작가 부부를 시작으로, 작가들의 작품이 세상에 나가고 그에 걸맞은 노동의 대가를 보장받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 협약은 장애 예술인의 삶을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끄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전했다.
양측은 향후 공동 디자인 상품 출시를 위한 프로토타입 개발에 착수하고,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아트마켓, 전시 연계 마케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협업이 장애 예술인의 자립과 예술산업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wind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