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엔비디아가 미국의 수출 규제를 회피해 성능을 낮춘 중국용 AI 칩 블랙월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르면 6월 중국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중국 내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H100의 성능을 대폭 낮춘 H20 칩을 중국에 판매해 왔다. 지난달 미국은 H20의 중국 판매마저 금지하자 엔비디아는 이에 대응해 사양을 더욱 낮춘 AI 칩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엔비디아가 출시할 저사양 칩인 'H20라이트'가 몇 가지 강점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에게 상당히 어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20라이트의 성능은 H20의 65%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수출 통제 기준을 회피하면서도 대형 언어 모델을 구동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성능을 갖췄다. H20라이트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대신 GDDR7 메모리가 장착됐다. 이를 통해 긴 텍스트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장 큰 메리트로는 가격이 꼽힌다. H20라이트의 가격은 6500∼8000달러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H20의 절반 수준이다. 또한 화웨이가 출시한 AI 칩인 어센드(성텅, 昇騰) 910B의 절반 수준이기도 하다.
중국 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가격 인하는 예산을 축소하고 있는 중국 IT 대기업들에게 상당한 유혹이 될 것"이라며 "특히 금융 및 법률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사들에게 메리트가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으로는 중국 내 반도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큰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3년 82%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50% 선으로 낮아졌다. 중국 내 업체들이 GPU를 속속 개발해 출시하면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낮아졌다. 중국 업체들의 GPU 성능이 엔비디아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이 뒤처진 상태지만, 화웨이를 필두로 상당한 성과도 창출되고 있다.
화웨이의 AI 칩인 어센드는 이미 40개 이상의 중국의 IT 대기업들이 채택한 상태다. 또한 화웨이가 조만간 양산할 것으로 알려진 어센드 910C의 성능은 엔비디아 H20 수준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센드 910C가 출시된다면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된 '글로벌 미디어 Q&A' 행사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는 실패했다"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정책이 중국의 기술 개발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기술 기업 중 하나인 화웨이가 빠르게 혁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가 중국에 돌아오지 않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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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이미지 자료사진 [사진=블룸버그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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