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에 특화된 경제 체제를 구축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물론 유럽 내 확전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국가 경제를 장기전에 대비한 구조로 전환했다. 군수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전차와 자주포 생산을 기록적으로 늘렸고, 최대 연봉에 달하는 입대 보너스를 제시해 대규모 병력 확보에 나섰다. 한때 하루 1000명 이상의 자원 입대자가 몰리기도 했다.
![]() |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전승절)을 맞아 러시아 군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행진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러한 전환은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 실패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는 데 기여했다. 최근 한 달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259㎢ 이상을 점령하며 서진(西進)하고 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 중재안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이 같은 군 중심의 경제체제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알렉산더 콜얀드르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선임연구원은 "군수산업은 러시아 경제 성장의 엔진이 됐다"며 "단기간 내 군비 지출을 줄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무기 생산라인을 확장하고 24시간 생산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 같은 군수 중심 경제는 일부 낙후 지역의 임금 상승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이어졌지만, 동시에 종전 이후 수십만 명의 군인이 민간으로 복귀할 경우 실업과 사회 불안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WSJ는 "전쟁에서 돌아온 무장 병력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하며, 푸틴 정부가 이러한 내부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외부로 군사력을 돌릴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은 러시아의 '전쟁 경제'가 종전 이후 자국을 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카자흐스탄 또한 북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잠재적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된다고 해도 푸틴 대통령이 구축한 전시 경제 체제가 제2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