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손지호 인턴기자 =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홍명보호가 유리한 월드컵 조 추첨과 젊은 선수 육성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0일 쿠웨이트전을 끝으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여정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과 16년 만의 예선 무패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기분 좋게 월드컵 준비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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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로이터=뉴스핌] 손지호 인턴기자 = 이재성이(10번) 10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 홈 경기에서 팀의 네 번째 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5.06.10 thswlgh50@newspim.com |
특히 쿠웨이트전에선 기존 주축 선수들을 명단에서 시키거나 벤치에 두고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세대교체 가능성을 실험했고,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평균 나이 24.9세의 선발 명단으로 나선 한국은 전방 오현규(24)를 필두로 배준호(22), 김주성(25), 이한범(23), 전진우(26)까지 보란 듯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홍명보 감독은 공수 양면으로 향후 대표팀을 운영하는 데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었으나,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FIFA 랭킹이다. 향후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 추첨 과정에 FIFA 랭킹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월드컵까지 남은 1년간 랭킹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12일 현재 FIFA 랭킹 23위에 올라있다. 이번 6월 A매치 기간 성적을 반영해 7월에 발표되는 FIFA 랭킹에서도 한국은 같은 순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FIFA 랭킹을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풋볼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6일 이라크 원정 승리로 8.75점, 10일 쿠웨이트전 승리로 3.4점을 각각 확보해 총점 1587.08점으로 2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는 조 추첨 1번 포트에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17위), 캐나다(30위), 미국(16위)과 FIFA 랭킹 상위 9개 나라가 들어간다. 2번 포트에는 그다음으로 순위가 높은 12개국이 배정되고, 그다음 12개 나라가 3번 포트에 들어가게 된다. 4번 포트는 그다음 랭킹 6개 나라와 대륙 간 플레이오프(PO)에서 승리한 2개국, 유럽축구연맹(UEFA) PO에서 살아남은 4개국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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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12일 기준 6월 A매치 결과가 반영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순위. [사진=풋볼랭킹 캡처] 2025.06.12 thswlgh50@newspim.com |
한국의 FIFA 랭킹은 오는 12월 진행될 월드컵 조 추첨 2번 포트와 3번 포트 배정의 경계선에 있는 순위다. 월드컵 조 추첨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면 2번 포트를 지켜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하반기에 예정된 A매치 성적이 매우 중요해진다.
아시아 국가들 중 일본(1641.24점), 이란(1624.30점) 다음으로 3위에 해당하는 한국은 6월에 치른 A매치로 앞서 있는 두 나라와 격차를 좁혔다. 문제는 아시아 4위 호주의 맹추격이다. 호주는 이번 6월 A매치 기간에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잡아 24위(1578.63점)까지 오를 전망이다.
한국과는 한 계단 차이에 불과하다. 랭킹 포인트 차는 8.45점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선 아시아 2위 탈환보다 3위를 지켜내는 데 더 집중에야할 심산이다. 자칫 남은 1년 사이 랭킹이 떨어진다면 2번 포트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은 오는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시작으로 9월 A매치 기간에 강호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앞으로 평가전 결과에 따라 더 유리한 혹은 불리한 조 추첨이 될 수 있다. 같은 기간 경쟁자 호주의 A매치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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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사진=KFA] |
여기서 홍명보 감독은 딜레마에 빠진다. 2번 포트 수성을 위해선 앞으로 있을 A매치에서 승리가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에 월드컵 지역 예선을 치렀던 것처럼, 주축 선수들을 주전으로 기용해 결과를 낼 수 있는 전열을 만들 필요성이 생긴다. 하지만 이미 검증이 끝난 베테랑으로 팀을 꾸린다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끌어 올릴 시간이 부족하다.
이는 1년 뒤 월드컵에 나선 대표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 원인이 된다. 주축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 사이의 경기력 격차가 큰 상황에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최상의 전력을 갖추기 위해선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와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쿠웨이트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런 딜레마에 대한 물음에 홍명보 감독은 "다가오는 평가전 결과가 중요하다. 월드컵은 1년 후에 치러진다. 1년 후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오늘 경기는 향후 큰 힘이 될 경기다. 9, 10월, 11월, 내년 3월 평가전 계획이 있다. 젊은 선수들은 오늘 경기 경험을 쌓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은 "보여준 모습은 생각보다 이상이었다. 우리 팀에 베스트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동안 이끌어온 베테랑들이 주축이긴 하나 옆에서 도울 강력한 젊은 선수들이 필요하다"면서 랭킹보다는 젊은 선수 육성에 중점을 맞춰 운영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thswlgh5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