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들 타 단과대 강의실 전전"
모집 인원 동결에 국립 의대 예산 구조조정
"내년에 학생 몰리면 기초 이론 수업도 불가능"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의대 정원 확대를 전제로 추진했던 국립대 의과대학 교육환경 개선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올해뿐 아니라 2024·25·26학번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내년에도 의대 교육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실습은 커녕, 기초 강의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의대 교육환경 개선 사업 예산 약 2877억원 중 47%인 1367억원이 삭감됐다.
교육부는 당초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현재의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전국 9개 국립대 의대의 21개 건물에 대한 대규모 신·증축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에 1432억원을 편성했지만, 이 중 1342억원이 최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돼 삭감됐다. 여기에 교원 충원 예산인 1445억원 중 25억원을 추가로 줄였다. 내년도의 교원 충원 예산안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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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의대생 유급 대상자 명단 제출 마감일인 7일 오후 서울 소재 의과대학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25.05.07 yym58@newspim.com |
내년 예산 편성도 불투명하다. 지난 정부는 2030년까지 의대 증원 여건 개선 예산을 2조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도 정원은 증원 전인 3058명으로 조정됐다. 이재명 정부는 의대 증원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거듭되는 난항 속에서 대학들은 교육 여건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2024학번과 25학번의 유급으로 인해 내년도 신입생은 26학번까지 동시에 교육하는 '트리플링' 가능성도 높다. 1년 이상 수업을 거부하며 투쟁해왔던 의대생들 사이에 최근 수업 복귀 여론이 형성되는 등 내년에는 학교에 돌아오는 학생들이 올해보다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역의 국립대 A 교수는 "우리 학교는 대형 강의실이 딱 하나 있어 계속 거기서만 2024·25학번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는데, 타 단과대 강의실을 전전하며 빌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한데, 의대 수업 특성상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른 단과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건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내년에 만약 학생들이 한꺼번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상황에서 '트리플링'이 발생하면 기초 이론 수업부터 강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론은 물론 실습 수업에도 악영향을 미칠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의대 증원 이전에도 국립대들이 교육 여건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정부에 지원을 계속 요청했다"며 "교수진 확충이나 실습실과 같은 물리적 공간 개선과 같은 기본적인 교육 여건에 대한 부분은 정부가 좀 더 전향적으로 판단해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원이 올해 조정되면서 의대 신축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해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이라며 "건물을 새로 짓는 신축 이외에 리모델링 예산은 계획대로 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