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스트리밍이 일상이 된 시대, K팝 앨범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한때는 당연했던 CD 대신 앱이나 기기를 통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스마트 앨범'이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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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NCT위시의 키링형 앨범 위츄 [사진=SM엔터테인먼트] 2025.07.03 moonddo00@newspim.com |
스마트 앨범은 전통적인 CD로 음악을 플레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QR코드나 NFC, 혹은 음원이 저장된 기기 자체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음악은 어플리케이션이나 전용 기기로 듣고 포토카드, 스티커 등의 구성품만 실물로 제공한다.
최근에는 앨범 외형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NCT 위시는 인형 키링형 앨범, 엔믹스는 MP3 플레이어 앨범, 아일릿은 인이어 앨범을 각각 선보였다. 언뜻 보면 음반이라기보다 캐릭터 상품이나 전자기기 같지만, 내부에는 음원과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이 모두 탑재돼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노래는 앱으로 들으면 되고, 앨범은 예쁘고 실용적인 게 더 좋다"는 팬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 NCT 위시의 20대 여성(서울 강남 거주)팬 구모 씨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앨범을 꼭 사야 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위츄(인형 키링형 앨범)는 꼭 갖고 싶어서 어렵게 구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앨범"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스마트 앨범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021년 4.2% 상승, 2022년 64.2%, 2023년 60.4%, 2024년 상반기에는 46.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반 CD 앨범 매출은 2023년 동기 대비 2.5% 상승(지난 해 상반기 기준)에 그쳐, 스마트 앨범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20대가 2020년 이후 5년 연속 스마트 앨범 구매율 1위를 차지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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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엔믹스의 MP3형 앨범. [사진=JYP엔터테인먼트] 2025.07.03 moonddo00@newspim.com |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MZ세대의 새로운 소비 방식이 있다. CD 플레이어가 없는 집도 흔한 시대에, 스트리밍과 SNS 콘텐츠에 익숙한 이들은 굳이 CD를 재생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포토카드, 굿즈, 실용적인 형태의 '오브제 앨범'을 원한다. 스마트 앨범은 이 같은 욕구를 반영해, 음악과 굿즈의 경계를 허문 셈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기존 앨범은 플라스틱 CD, 두꺼운 포토북 등으로 구성돼 한 장 제작에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봉 후 보지도 않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환경 파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K팝 팬들 사이에서는 '나무야 미안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떠돌기도 했다.
반면 스마트 앨범은 CD 없이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사진 등 콘텐츠도 앱이나 기기로 대체되면서 제작과 소비 과정에서의 낭비를 줄인다.
예스24 ENT커머스사업팀 최찬구 팀장은 "스마트 앨범의 인기는 CD 플레이어를 보유하지 않고 스마트폰이 익숙한 세대가 증가하며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로 보인다"라며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를 비롯해 해외 K팝 팬들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CD 중심의 실물 앨범이 기본 사양으로 여겨지는 만큼 CD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oondd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