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E 톤당 1만달러 육박
구리 재고 물량 2023년 이후 최저치
현물 프리미엄 2021년 이후 최고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구리값 급등이 월가에 뜨거운 감자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구리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최근 몇 달간 구리를 미국으로 이동시키려는 '밀어내기'가 이어진 결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가격은 7월2일(현지시각) 톤 당 1만달러에 육박하며 3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LME가 집계한 전세계 물류 네트워크의 구리 재고 물량은 2023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 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금속 원자재에 대한 노출을 헤지하는 업체들과 제련 업체들에게 커다란 타격을 가했고, 가격이 폭등하자 LME는 지난달 대규모 포지션을 가진 거래자들을 대상으로 규제 방안을 도입하며 시장 개입에 나섰다.
팬뮤어 리베룬 캐피탈의 톰 프라이스 애널리스트는 FT와 인터뷰에서 "미국 외부의 모든 지역에서 미국으로 광란에 가까운 금속 이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구리가 가장 감정적인 금속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구리는 에너지와 IT, 운송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금속 상품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대규모 물량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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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사진=블룸버그] |
머큐리아와 비톨 등 대형 트레이더들이 기초 금속 사업을 확장하려고 나서면서 특히 공급이 부족한 유럽과 아시아에서 구리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전반적인 시장 여건이 긴축되면서 LME는 지난달 대규모 포지션을 가진 트레이더들에게 별도의 대출 요건을 두는 형태로 규제에 나섰다. 재고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 일부 투자자들이 대량 매입에 뛰어들면서 발생하는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들 대형 트레이더들의 자금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구리 시장에 커다란 변수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1~2년 뒤에는 실제 구리 부족 사태가 화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마렉스의 기초 금속 전략가 알라스테어 먼로는 "구리 시장이 위기를 맞았다고 말하면 너무 극단적이지만 시장이 매우 흥미로운 상태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물을 확보하려는 매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구리 선물 시장에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두드러진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특정 자산의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은 콘탱고가 일반적이지만 현선물의 위치가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진 것.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현물 가격이 3개월물 선물 가격보다 톤 당 약 400달러 웃돌았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커다란 격차다.
백워데이션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구리 판매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선물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구리 현물을 거래 상대방에게 인도하거나 손실을 감수하며 포지션을 연장해야 하는 실정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보고서를 내고 이른바 숏커버링을 부추겨 구리 가격의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익일 구리 가격과 그 다음날 가격의 차이를 의미하는 소위 '톰-넥스트'는 지난주 톤 당 약 100달러의 프리미엄으로 급등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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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먼로 전략가는 가파른 프리미엄 상승이 '실제 스트레스 지표'가 되면서 일부 판매자들이 손실을 떠안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LME의 재고 물량 급감은 구리 생산 차질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일례로, 콩고의 아이반호 광산에 위치한 대형 광산이 지난 5월 홍수 피해를 입으면서 생산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것.
일부에서는 최근 구리 가격 급등이 앞서 금값 랠리와 닮은꼴이라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금을 미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확산됐고, 이는 가격 폭등을 일으켰다.
관세 우려가 촉발한 공포의 사재기와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한 가격 상승이 금과 구리의 공통 분모라는 얘기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이 7월2일(현지시각) 온스당 3359.70달러에 거래됐다. 뷸리언볼트는 금값이 2025년 들어서만 11차례에 걸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고 전했다.
금값은 한 때 온스당 3500달러 선을 뚫고 오른 뒤 일보 후퇴했지만 연초 대비 약 26% 치솟은 상태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