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15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 대비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한때 1달러=149.03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4월 초 이후 약 3개월 만의 엔화 약세·달러 강세 수준이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의 정치 불확실성, 미국의 금리 상승,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에 대한 경계심이 겹치며 엔화 매도세가 거세졌다.
◆ 트럼프發 관세 인플레 시작됐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해 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7% 상승해 5월의 2.4%보다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특히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6월 한 달간 0.2% 상승, 연율 기준으로는 2.9%로 올라섰다. 3개월 연속 2.8%에 머물던 근원물가가 다시 상승한 것.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과 고율 관세가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나아가 트럼프의 관세 강화 정책이 향후 미국 내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우려 속에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4.491%까지 상승하며 약 한 달 만의 고점을 찍었다.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고, 미일 금리차 확대 전망은 엔화에 추가 압박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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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지폐 [사진=블룸버그] |
◆ 日여당, 참의원選 '과반 확보' 불투명...재정 리스크 부각
일본의 정치 불확실성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이 과반 유지에 필요한 50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13~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이 비개선 의석을 포함해 과반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미묘한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경우 소비세 감세와 대규모 재정 지출을 주장하는 야당과의 정책 공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일본의 국가 채무 확대 우려로 연결돼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매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부 헤지펀드가 여당 과반 실패 시나리오에 베팅하며 엔화 매도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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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엔 환율 추이 [자료=QUICK] |
◆ 150엔 돌파 임박...日당국 개입 여부 주목
달러/엔 환율이 149엔을 돌파하자 시장의 관심은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日당국은 과거에도 환율이 150엔대 초반에 접근할 때 시장 개입에 나선 바 있다.
다만, 미국 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 개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회의론도 상존한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고용·물가 지표, 일본의 선거 결과와 그에 따른 정책 대응이 향후 엔화 흐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