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EV) 양대 강자인 테슬라와 비야디(BYD)가 EV 불모지나 다름없는 일본 시장에서 정면 대결을 펼친다.
양사는 일본 내 오프라인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장 개척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 테슬라, 일본 내 매장 2배로 확대
테슬라는 오는 2026년 말까지 일본 내 매장 수를 현재의 2배인 5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연내에는 30개를 확보하고, 이후 100개 매장 체제도 장기적으로 고려 중이다.
기존에는 온라인 중심으로 차량을 판매해 왔지만, 이제는 대형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직영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고객 체험 기회를 늘릴 방침이다. 주요 모델은 '모델3'와 '모델Y'로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독자 규격의 급속 충전망을 자사 주도로 확대하는 동시에, 일본 고유의 충전 방식인 '차데모(CHAdeMO)'에 대응하는 어댑터도 제공해 충전 인프라를 둘러싼 불편을 해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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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매장 [사진=블룸버그통신] |
◆ 비야디도 100개 매장 체제 준비...경차 EV도 출시 예고
비야디 역시 일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63개인 매장을 올해 안에 1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SUV '시라이온7'을 비롯해 소형 EV 등 총 4개 차종을 앞세우고 있다. 가격 면에서도 테슬라보다 저렴하게 책정해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26년 하반기에는 일본차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경차 시장에 EV 모델을 투입하며,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에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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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로고 이미지 [사진 = 바이두] |
◆ "왜 일본인가"...'저성장 시장'에서 기회 포착
일본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EV 보급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올해 1~6월 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7% 감소한 2만7321대로 2년 연속 뒷걸음질 쳤다. 충전 인프라 미비, 소비자 관심 저조, 완성차 업계의 대응 지연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상황이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에겐 기회가 되고 있다. 유럽과 중국 등 기존 주요 시장에서 수요 둔화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일본이 이른바 '블루오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올 상반기 일본에서 약 46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70% 정도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야디 역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2026년 전후로 차세대 EV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지만, 그 사이 미중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테슬라와 비야디의 대규모 매장 확대는 브랜드 인지도뿐 아니라 고객 체험의 기회를 늘려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테슬라와 비야디의 매장 늘리기는 단순한 판매 확대가 아니라, 일본 내 EV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본격적인 경쟁의 신호탄이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