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장악 시도가 점입가경이다.
그가 연준 이사회에 대한 인사권 행사를 넘어,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인선 과정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25일)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을 전격 통보했다. 쿡 이사가 법적 소송을 예고해 최종 확정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해임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충성파' 인사를 앉혀 연준 이사회 7석 가운데 4석을 확보할 수 있다.
내년 5월에는 제롬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가 끝난다. 그의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까지이나, 그가 관례대로 의장 임기 종료 후 이사직도 사임할 것이란 게 시장 중론이다. 파월 후임까지 트럼프가 지명하게 되면 트럼프의 입김 하에 놓이는 이사는 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FOMC는 워싱턴에 위치한 연준 본부의 이사회 7명 외에도 지역 연은 총재 5명이 의결권을 갖는다. 뉴욕 연은 총재는 상시 참여하고, 나머지 11개 지역의 연은 총재 가운데 4명이 순환제로 참여한다.
이들 지역 연은 총재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지 않고, 해당 지역 은행 이사회와 워싱턴 이사회가 공동으로 선출해 정치적 개입 여지가 제한돼 왔다.
이제 관건은 그간 요식 행위에 불과했던 지역 연은 총재의 재승인 절차가 트럼프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그 방안이 백악관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연은 총재는 5년마다 워싱턴 본부 이사회의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단순 절차로 여겨졌으나, 트럼프가 이사회 과반을 장악할 경우 재임명 승인을 금리 인하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대통령이 지역 연은 총재까지 흔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부 지역 연은 총재들은 올 여름부터 이미 트럼프의 행보에 불안감을 내비쳤다.
소식통에 따르면 쿡 해임 발표가 있자, 연은 총재들은 서로 긴급히 전화를 주고받으며 "이번 사태가 결국 우리 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했다.
쿡 이사 해임 시도 자체가 연준 112년 역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연준 독립성 훼손을 넘어 행정부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까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또 다른 블룸버그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가 단순히 연준을 비둘기파로 만드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상원 인준을 거치지 않는 지역 연은 총재 선발·검증 과정을 들여다보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데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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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 건물.[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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