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복싱의 유전자 검사 요구 반발... 세계복싱선수권 출전 자격 요구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금메달리스트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가 성별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 의무화에 반발하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BBC 등 외신은 2일(한국시간) 칼리프가 "성별 검사 없이 4일 개막하는 2025 세계복싱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달라"며 CAS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칼리프 측은 월드 복싱(World Boxing)의 규정 집행을 잠정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지만, 이는 기각됐다. 현재 양측은 서면 자료를 교환 중이며 본안 심리는 추후 일정이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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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로이터=뉴스핌] 박상욱기자 = 칼리프가 2024년 8월에 열린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8.6 psoq1337@newspim.com |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 복싱 주관 단체 자격을 잠정 승인받은 월드 복싱은 지난 5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18세 이상 모든 국제대회 참가 선수는 중합효소 연쇄 반응(PCR) 방식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출생 시 염색체 기준 성별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월드 복싱은 "선수 안전과 공정한 경쟁 환경을 위한 조치"라며 이 규정을 도입했다.
칼리프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이 규정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다. 당시 그는 66㎏급 결승에서 양류(중국)에 5-0으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승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준결승과 결승에서 모두 압도적인 파워를 보여줬고, 링 위에서 눈물을 흘리며 알제리 첫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러나 대회 직후 성별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파리 올림픽 전에도 논란은 있었다. 국제복싱협회(IBA)는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칼리프와 린위팅(대만)의 출전을 금지했다. 성별 검사에서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IOC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IBA를 올림픽에서 퇴출하고 대신 여권상의 성별을 기준으로 출전을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두 선수는 올림픽 링에 올라 나란히 금메달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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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린위팅(대만)이 2024년 8월에 열린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율리아 세레메타(폴란드)에게 5-0으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2024.08.11 zangpabo@newspim.com |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여성부에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각국 연맹의 압박을 받은 월드 복싱은 성별 자격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 의무화를 결정했다. 이는 올림픽 종목에서 세계육상연맹에 이어 두 번째로 도입된 강력한 성별 확인 절차다.
세계육상연맹은 2023년 남성으로 사춘기를 거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금지했다. 올해는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 수준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가진 '성 발달 차이(DSD)' 선수에 대한 규정을 강화했다. 복싱도 비슷한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칼리프의 세계선수권 출전은 불투명해졌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