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11일(현지시간) 주요 정책 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들어 지난 1월과 3월, 4월, 6월 등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린 뒤 지난 7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 조치를 취했다.
현재 ECB 금리는 지난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2023년 9월의 4.0%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 |
[유럽중앙은행, 자료=블룸버그 통신] 2023.05.05 koinwon@newspim.com |
ECB는 이날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예치금리를 연 2.0%로 동결했다. 예치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 하루짜리 단기자금을 맡길 때 적용하는 금리이다. ECB가 주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금리이다.
레피금리(Refi·RMO)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2.15%, 2.4%로 동결됐다.
ECB는 성명을 통해 "현재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치인 2.0% 수준"이라며 "향후 물가에 대한 통화정책위원회의 전망도 전반적으로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ECB는 올해와 내년, 내후년 물가 전망이 지난 6월 내놓았던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올해 평균 인플레이션은 2.1%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내년에는 1.7%, 2027년에는 1.9%가 될 것으로 봤다.
지난 6월 때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2.0%, 내년은 1.6%, 2027년은 2.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올해 2.4%, 내년 1.9%, 2027년 1.8%로 내다봤다. 지난 6월 때와 비교할 때 올해와 내년 전망은 같았고, 2027년 수치는 0.1%포인트 낮췄다.
미 CNBC는 이날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최근 몇 달 동안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ECB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해 있고, EU가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EU는 지난 7월 유럽 수출품에 15%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무역협상을 타결했지만 의약품과 같은 일부 세부 항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와인과 주류 관련 조항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EU가 구글 등 미국의 테크 기업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으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 것도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인플레이션 전망은 여전히 불안정한 세계 무역 정책 환경으로 인해 평소보다 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화 강세는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낮출 수 있다"면서 "더욱이 관세 인상으로 유로존 수출 수요가 감소하고 과잉 생산 능력을 가진 국가들이 유로존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경우 인플레이션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CB는 이날 향후 금리 행보에 대해서는 뚜렷한 단서를 제공하지 않았다. ECB는 성명에서 "통화정책위원회는 (금리와 관련) 특정 경로를 사전에 확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솔트마시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마르셀 알렉산드로비치는 "오늘 동결 결정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오늘 전망에서 내년과 내후년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하향 조정되었는데 이는 ECB가 연말을 앞두고 금리 완화 기조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ECB는 이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 6월 0.9%에서 이번에 1.2%로 0.3%포인트 높였다. 내년은 1.0%로 0.1%포인트 낮췄고, 2027년 전망치는 1.3%로 변동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