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의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가 유타주 대학 캠퍼스에서 강연 도중 피격 사망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 전달자로 나서며 정치적 파장을 키우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래라면 수사 당국이 발표했을 법한 정보를 직접 전하며,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인 역할을 맡고 있단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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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젊은층을 이끄는 미국의 우익활동가 찰리 커크(32)가 현지 시간 9월10일 유타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강연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사건 직후 가장 먼저 커크의 사망과 용의자 체포 소식을 알렸다. 커크의 장례 일정 역시 유가족이 아닌 그가 먼저 발표했다.
심지어 미국 전역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고 커크에게 자유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밝히는 등, 최고의 예우를 취했다.
지난 11일 JD 밴스 부통령은 ·11테러 24주기 추모식 참석 일정을 취소하고 커크의 시신을 자신의 전용기로 그의 고향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운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거 없이 범행 배후에 "급진 좌파(radical left)"를 지목하면서 그의 지지자들이 폭력 시위에 나서진 않을까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데니스 보스토르프 우스터대 교수는 "위로하려는 메시지도 있었지만, 특정 집단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그의 언행은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커크는 미국 보수 학생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공동 창립자이자 대표로, 트럼프 대통령이 청년층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찰리는 아이들에게 마법같은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며 자신의 아들 배런도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감탄했었다고 그를 회상했다.
그러나 커크는 낙태·이민·성소수자 권리 문제 등에서 극우적 발언을 쏟아내며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메신저 역할을 자처한 배경에는 최근 '엡스타인 파일' 공개 문제를 놓고 보수 진영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커크 사건을 전면에 내세워 다시금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충격적인 정치적 폭력 사건을 자신이 직접 관리하고 메시지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하고, 분열된 보수 진영을 하나로 묶으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한편 이번 사건 용의자인 22세 타일러 로빈슨은 지난 11일 밤 체포됐다.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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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시위 현수막을 들고 백악관 앞에 서 있다. 현수막에는 "찰리 커크는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엡스타인 파일이나 공개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