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여한구 산업부 통상본부장 방미
김정관 장관 이어 릴레이 고위급 협상
美, 자동차관세 인하 대가 무리한 요구
수익 50%·투자금 회수 후엔 90% 요구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요구는 '나몰라'
굴욕적인 협상 아닌 상생안 도출해야
[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선방'한 것으로 평가됐던 한미 관세협상이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로 '2라운드'를 맞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미 투자수익의 50%, 투자금 회수 이후에는 무려 90%를 달라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관세협상 관련 후속 협의를 위해 15일 오전 출국했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11일 방미를 통해 미국 측과 후속 협의를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여 본부장이 릴레이 고위급 협상에 나선 것.
◆ 미국 정부, 투자 수익배분 무리한 요구에 '난항'
지난 7월 한미 관세협상에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은 자동차 품목관세를 인하하지 않고 여전히 25%로 적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동차 관세 인하를 대가로 미일 관세협상 후속협의 결과를 한국에도 동일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일 양측은 대미투자 수익에 대해 50%를 미국측에 배당하고, 투자원금을 회수한 이후에는 미국측에 무려 90%를 배당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이 투자처를 선정하면 일본이 45일 이내에 투자금을 송금하기로 한 내용도 포함됐다(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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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하고 보다 합리적인 수익 배분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일 관세협상 결과를 우리(한국) 측에도 똑같이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보다 합리적인 배분방식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다른 관계자도 "투자 수익의 90%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美, 한미 통화스와프 요구에는 나몰라…국민 여론도 '싸늘'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반미(反美)' 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협상결과가)좋으면 사인해야 하지만 이익이 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느냐"며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특히 한국 측이 요구한 한미 통화스와프(통화 맞교환)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는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스와프는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대미투자에 나설 경우 외환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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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미국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업계 입장에서는 관세인하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반면 조선업이 사실상 무너진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 정부가 제시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절실한 게 사실이다.
미국이라는 수출시장이 중요하지만, 국가의 자존심을 꺾고 굴욕적인 협상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를 통한 안전판이 필요하다"면서도 "그 이전에 일본과는 다른 합리적인 투자수익 배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