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자회사 통해 본격 신약 개발 행보
플랫폼 기술 기반 확장성·지속성 확보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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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삼성이 바이오 사업의 무게 중심을 신약 개발로 확장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인적분할하며 새롭게 신설하는 자회사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이중항체, 펩타이드 등 차세대 바이오 플랫폼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정정 공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 산하 신설 자회사는 바이오기술 플랫폼 개발 사업을 영위하며 후보물질 제작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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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실에서 연구 중인 연구원들의 모습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기술 플랫폼은 기존 의약품에 적용해 다수의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특정 약물이나 적응증에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질환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높은 확장성을 지닌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신설 자회사는 '바이오텍' 사업 모델을 영위할 전망이다. 기술을 플랫폼화하고,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거나 공동개발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분야로 ADC에 사용하는 이중항체 구조 설계 플랫폼을 검토하고 있다.
이중항체는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항체 기반 모달리티로, 단일항체로 이뤄진 기존 ADC 약물 대비 암세포 살상력이 향상되고 내성 발생 가능성이 낮아 각광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설 자회사는 이중항체 ADC 형성 비율이 우수한 항체구조를 설계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향후 다양한 타깃 질환에 적용 가능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자 한다"며 "신설 자회사는 이 밖에도 중장기적으로 '펩타이드 관련 요소 기술' 플랫폼 개발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이 바이오 플랫폼 개발에 나서는 것은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중심으로 구축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부가 가치의 신약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플랫폼은 단일 후보물질 실패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고, 기술수출·공동개발을 반복적으로 창출할 수 있어 연구개발 효율성과 사업 지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바이오텍 중 대표적으로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이전을 체결하거나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일 파이프라인 의존 구조를 벗어나 플랫폼 기술을 중심으로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이 신약 개발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 2023년 인투셀과 ADC 공동 연구 계약을 맺고, 후보물질 개발에 나섰지만 사업 설명 과정에서 신약을 언급하거나 기술이전 계획 등을 밝힌 적은 없었다.
반면 SK와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신약 개발에 전략적인 투자를 이어왔으며 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하고 있는 SK바이오팜은 SK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글로벌 임상, 허가, 상업화를 수행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LG화학 또한 2003년 국내 최초로 당뇨병 치료제 국산화에 도전해 2012년 12월 '제미글로'를 출시했다. 이는 수입약 중심이던 국내 당뇨 시장에서 자체 신약으로 시장에 진입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한 사례로 꼽힌다.
다만 삼성은 이미 그룹 차원에서 신약 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고, 2400억 원 규모의 '삼성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조성해 ADC,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모달리티를 보유한 글로벌 바이오벤처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왔다. 이 같은 행보가 향후 신설 자회사의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과 기술이전 구상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또한 그간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글로벌 임상·허가 경험을 기반으로 신약 연구개발 역량을 확장해왔다. 인투셀과 개발 중인 ADC 후보물질의 경우 일부는 전임상 단계에 진입했으며, 연내 임상 진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의 신약 개발 사업 진출은 그룹 차원의 '차세대 성장 축' 확보와 맞닿아 있다. 반도체 신화를 써 내려간 삼성의 역량 발휘가 신약 분야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인 만큼, 차별화된 플랫폼 성과를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가시화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CDMO와 시밀러를 넘어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국내 바이오 산업 전체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신약 개발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삼성이 보유한 자본력과 임상·허가 경험, 펀드 투자 등으로 다져온 네트워크를 감안하면 플랫폼 기반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