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상속세 공제 한도 '18억원' 발언
배우자 공제 10억원·일괄 공제 8억원으로↑
예산처 "상향시 5년간 3조843억 세수 감소"
부자감세 논란 없게 1가구 1주택 기준 검토
일각선 공제 한도 20억까지 상향 목소리도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상속세 공제 한도를 최대 18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화한 가운데, 정부가 혜택 대상을 '1가구 1주택' 상속인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주택자와 다주택자 상속은 제외하고, 실거주 1주택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취지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세와 관련해 "집주인이 사망하고 남은 가족들이 돈이 없으니까 집을 팔고 떠나야 한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임광현 의원이 그때 만들어낸 것이 아마 '(배우자 공제) 10억원, (일괄공제) 8억원으로 해서 18억원까진 세금 없게 해주자'가 그때 공약이었다"며 "이번에 (세제개편안을) 하는 김에 처리하는 것으로 하자"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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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9.11 photo@newspim.com |
현재 국회에는 임광현 국세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발의한 상속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상속세 공제 한도가 기존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상속세 공제 한도를 18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번에 거론되는 18억원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당시 강북,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를 근거로 산정된 수치다. 임광현 전 의원실 관계자는 "상속세법 개정안에 근거가 되는 18억원은 수도권 중산층 가구가 실거주하는 아파트 가격대를 반영해 공제 기준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고액 자산가 감세로 흐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1가구 1주택' 요건을 붙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기재부 세제실에서 상속세 공제 한도를 '1가구 1주택'으로 한정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며 "이는 실거주 주택 상속자에게만 혜택을 주고, 다주택자나 투자용 부동산은 제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가구 1주택' 요건은 정책 취지와 맞닿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상속세 때문에 부모 세대가 집을 팔고 이사해야 하는 상황을 막자는 것"이라며 "그 취지를 살린다면 '1가구 1주택' 요건을 붙이는 것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가정별 주거 형태가 워낙 다양해 실제 적용 범위는 국회 논의에서 세밀하게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1가구 1주택' 요건은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단계"라며 "최종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상속세를 개편)할지는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향후에는 '1주택'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지가 쟁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는 '1주택' 요건에 지방 주택이나 농촌 주택, 소규모 주거용 건물이 포함되는지를 두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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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과정도 관전 포인트다. 기재위 관계자는 "임광현 의원 안은 현재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라 새로 동일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어렵다"며 "결국 여야 지도부가 합의해 민생법안으로 직행 처리하거나, 기재위 심사를 다시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재부가 별도 정부안을 낼 가능성은 낮고 국회 논의에 따를 것"이라면서도 "대통령 발언이 있었던 만큼 지도부 합의가 이뤄지면 본회의 직행 처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공제 한도를 더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우자 10억원, 자녀 5억원씩, 일괄공제 10억원으로 단순하게 20억원까지 빼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상속세는 본래 상위 1~2%를 겨냥한 세금이므로 단순하고 예측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상속세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8억원으로 확대하면 향후 5년간 3조843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배우자 공제까지 포함하면 그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 상속세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지난 1997년 이후 28년 만에 상속세 개편이 이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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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핌 DB] |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