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일반토론 연설에서 중동 정세와 국제 평화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밝혔다.
전후 80년을 맞아 아시아의 관용 정신을 강조하며 일본의 국제사회 기여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시바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대해 "승인할지 여부가 아니라, 언제 승인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언급하며 승인 시점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측에도 하마스 인질 석방 등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일본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왔다. 이시바 총리는 "이스라엘의 일방적 행위가 계속된다면 새로운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유엔 총회를 계기로 프랑스, 영국, 캐나다는 팔레스타인을 승인했으나 일본은 미국, 독일 등과 함께 승인을 보류했다.
![]() |
유엔 총회서 연설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NHK] |
이시바 총리는 "인류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의 다수가 사회 중심에서 물러났다. 국제사회는 다시 분단과 대립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의 관용 정신이 세계 평화 실현의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하며, 한국·중국·동남아시아와의 미래 지향적 협력을 촉구했다.
유엔 창설 80년을 맞아 안보리 상임·비상임 이사국 확대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러시아가 상임이사국 거부권을 행사해 안보리 결의를 부결시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속하는 점을 문제삼으며 "유엔이 안고 있는 내재적 한계는 명백하다"고 말했다.
핵 군축과 관련해 총리는 핵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해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 모두 참여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유일한 수단임을 강조했다. 또한 히로시마·나가사키 방문과 피폭 현실 체험 필요성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핵·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하며, 세계 핵 군축 노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연설을 통해 중동·북한 등 긴급 현안에 대한 일본의 구체적 입장을 제시함과 동시에, 역사 인식과 국제 협력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 외교 목표를 강조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