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하루 지났는데 관영매체 입장 내지 않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 李 발언에만 발끈
"대남 적대 기조 속에 대미 협상 집중" 분석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지난 23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총회 기조연설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한국 시간으로 24일 새벽에 나온 이 대통령의 한반도 적대·대결 종식 연설에 대해 북한 관영매체들이 만 하루가 넘은 시점인데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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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즉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이재명 정부의 대북입장 발표 등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남한 패싱' 기조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이뤄진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 달을 채운 시점까지도 논평은 물론 사실보도 조차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개최 이틀 후인 지난달 27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당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김정은 정권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으로 표현한데 "집권 80여일 만에 본심을 감추지 못하고 대결광의 정체를 낱낱이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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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지난 11일 북한군 특수작전부대 훈련장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저격용 소총을 들어 사격 자세를 취해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9.13 |
국책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으로 표현한데 대해 발끈하면서도 정작 한미 정상회담에는 침묵하는 건 대남 적대와 차단을 이어가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인 김정은은 지난 20~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3차 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비핵화 요구를 철회한다면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으며 일체 상대않을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