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사임으로 합의 이행 위한 정치적 역량 영향
미일합의, 다른 투자협정에 모델 될 수 있을지 의문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과 일본이 최근 타결한 관세 및 무역 협정과 관련해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76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등 협정 이행 여부는 물론 이번 합의가 다른 나라와의 투자 협정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미국 의회의 분석이 나왔다.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CRS)은 최근(9월17일) 작성한 '미국의 관세와 2025 미-일 기본합의(U.S. Tariffs and the 2025 U.S.-Japan Framework Agreement)' 보고서에서 "지난 9월 7일 나온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사임 발표는 일본의 미일 관세협정 합의 이행을 위한 정치적 역량(political ability)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일본에 중요한 사안인 이번 미일 관세 및 무역 협정이 애초 일본의 불확실한 정치 상황(uncertainty in Japanese politics) 속에서 추진됐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투자 및 수익 배분 방식 등을 놓고 일본 정치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불평등 조약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합의의 이행을 위한 정치적 동력이 총리 교체로 약화될 수 있다는 미 의회 기관의 우려여서 주목된다. CRS의 지적대로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월2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뒤에도 미국과 관세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총리직을 유지한 채 협상을 타결지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사임을 발표하면서 미일 관세협정을 통해 "일본의 경제 안보를 확보하고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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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 사임 발표 기자회견 후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CRS는 미국 정부에 유리하도록 짜여진 일본의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이행을 두고도 일부 전문가들이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일 양국 간 합의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무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투자위원회를 설립해 투자를 추천하고 감독키로 했고 투자처 결정과 수익 분배 조건 등도 미국 정부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투자 이행에 잠재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나아가 이번 합의가 "다른 투자 협정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고서는 명시했다.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본과 비슷한 방식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요구받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CRS가 언급한 대로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2029년 1월 이전까지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에 합의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3500억 달러(48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출자 방식 등에서 일본과는 다른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RS는 미 의회가 입법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관련해 감독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의회가 지금보다 더 큰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법 제정을 통해 대통령에 위임된 권한을 수정해 관세 및 최근 미국이 각국과 맺었거나 논의중인 무역 협정의 이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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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편 보고서는 미일 관세 협정과 관련해 미 의회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면서도 동맹관계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번 미일 협정을 환영하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를 기대한다고 평가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미국 내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불이익을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의원들은 일본에 대한 15% 관세 부과가 "미일 동맹을 복잡하게 만들고 공급망 회복과 같은 공동 목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CRS는 지적했다.
지난 4일 확정된 미일 양국 간 '전략적 무역 및 투자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자동차를 포함해 대부분의 일본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일본은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항공기 및 방위 장비 등을 구매하고, 전략적 미국 산업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