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홍 유한양행 사장 '글로벌 블록버스터' 필요성 강조
이재우 GC녹십자 개발본부장 '알리글로' 美 진출기 소개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국내에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탄생시키려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필수라는 의견이 나왔다. 새로운 신약 후보 물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면서 임상 연구를 이어갈 능력을 갖춘 제약사가 아직까지 국내에 드물다는 이유다.
김열홍 유한양행 사장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 토크 콘서트'에서 "유한양행은 10여년 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 신약 개발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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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김열홍 유한양행 사장이 17일 열린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 토크 콘서트'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5.10.17 sykim@newspim.com |
김 사장은 "신약은 각 국가 별로 의료진이 처방을 해야지만 소비가 되기 때문에 글로벌 다각화가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탄생 없이는 추가적인 개발에 대한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블록버스터는 신약 개발에 재원을 다시 쏟아붓는 근거가 되기에 압도적으로 제약회사 매출에 기여한다"며 "수 없이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새로운 약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는 연 매출 10억 달러(1조4000억원) 이상 판매를 달성하는 의약품을 뜻한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 상위 20곳에서 36개의 블록버스터 약물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총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김 사장은 유한양행의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폐암 신약 '렉라자'를 꼽았다. 그는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해 존슨앤드존슨(J&J)에 기술이전해 세계시장에 진출시킨 신약"이라며 "기술이전에 그치지 않고 J&J와 함께 글로벌 연구자 주도 임상 시험 등에서 지속적으로 근거를 창출하 시장 침투를 위해 노력한 결과 결실을 맺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한양행이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 파이프라인 33개 중 절반 이상은 바이오텍 등 외부에서 도입했다"며 "유한양행 아카데미아에서도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좋은 기술과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으면 사업화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주고 유망한 물질을 도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에 이어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이재우 GC녹십자 개발본부장은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기를 소개했다. 녹십자는 네 번의 도전 끝에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 각 국가의 특이한 규제나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중요하다"며 "한국에서의 허가가 선행돼야 하며, 개발사와 식약처가 이야기가 잘 되어서 자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면 해당 국가에서 별도로 요구되는 사항들도 많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규제기관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취약점으로 CMC(제조 품질관리)와 퀄리티 문제를 꼽았다.
이 본부장은 "GMP 개념이 생산 현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연구 단계 전주기에 대한 어떤 품질 관리, 그걸 일종의 큐비디(QbD)라고 한다"며 "퀄리티 바이 디자인(Quality by Design)이라고 해서 큐비디의 통계에 어떤 컨셉을 강조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GMP의 개념을 연구 초기부터 판매까지 잘 관리하고 있는 지를 먼저 보게되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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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 토크 콘서트'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10.17 sykim@newspim.com |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제약바이오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가 R&D 지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정부의 R&D 프로그램과 각종 지원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나가는 협업체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적으로 R&D 예산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뢰 자산이 부족한 면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의 지원 프로그램들을 보면 어느 정도 신뢰 자산이 있는 것 같다"며 "과제 평가 운영 과정을 단순화하고 모든 연구자한테 맡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고, 연구자들도 자정을 통해서 신뢰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장은 '제약바이오 2030 향한 대담한 도전, 글로벌 진출'을 주제로 '국내 제약바이오 글로벌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제약바이오 컨트롤 타워를 가동해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대학과 출연연, 벤처기업, 국내 제약사, 글로벌제약사로 이어지는 협업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글로벌 블록버스터 혁신신약을 육성해 해외시장에서의 매출을 획기적으로 증대하고, 기술이전보다는 직접 글로벌 개발을 진행하는 사례를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중국과의 차별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바이오텍 파마 M&A와 대기업 참여 유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우리의 도전은 단순히 해외 진출이 아니라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의 여정으로 그 길 위에 산·학·정·언론이 함께할 때, 대한민국은 글로벌 헬스케어 중심국가로 우뚝 설 것"이라며 "오늘 자리가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에 대한 단순한 담론을 넘어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100년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기 위한 소중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