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계 교란물질, 생식·발달에 영향
치발기 납 허용, 젖병 대비 10배 높아
식약처, 산업부에 책임 떠넘겨 '비판'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영유아 치아 발달을 돕는 치발기에 내분비계 교란 물질 등 유해 성분 함유가 허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비판을 받고 있다.
21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치발기와 젖병의 '유해 성분 및 내분비계 교란 물질 허용 기준'을 비교한 결과, 전반적인 치발기 안전 기준이 젖병보다 훨씬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분비계 교란 물질은 체내 호르몬처럼 작용하거나 기능을 방해해 생식, 발달, 면역, 대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이다. 극미량이라도 장기간 노출될 경우 영유아의 성장과 신경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BPA 프리(BPA Free)' 표시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부모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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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김선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실·식품의약품안전처] 2025.10.21 sdk1991@newspim.com |
치발기의 납 허용 기준은 100mg으로 젖병 10mg보다 10배나 많다. 카드뮴의 경우도 치발기는 75mg, 젖병은 10mg으로 7.5배나 많이 허용되고 있다. 아연은 치발기가 4만6000mg, 젖병이 1mg으로 무려 4만6000배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특히, 영유아 식품 접촉 기구·용기·포장재에 사용을 절대 금지하고 있는 내분비계 교란물질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디부틸프탈레이트(DBP), 벤질부틸프탈레이트(BBP)은 총 함유량의 0.1%까지 허용하고 있다. 비스페놀A(BPA)는 0.1mg다.
식약처는 치발기의 경우 식품과 무관한 산업통상부(산업부) 소관 제품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거 젖병도 산업부에서 식약처로 소관이 변경된 바 있다. 동일한 영유아 구강 접촉 제품임에도 소관 부처가 달라 안전기준에 큰 차이가 생긴 것이다.
김 의원은 "치발기는 사용 빈도가 높고 위생을 위해 삶거나 열 소독하는 경우가 많은 제품"이라며 "이 과정에서 유해 성분이 더 많이 용출되거나 재질이 변형될 위험이 있음에도 현행 기준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직접 입에 들어가는 제품인 만큼 영향력이 치명적일 수 있다"며 "성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철저히 관리해야 하며, 성분 안전 점검에 전문성을 가진 식약처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