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혼선 속 '미국 탈출' 가속
"AI 버블·쏠림 심화"… 유럽은 분산 강점
유럽 투자자들 "환율 리스크 부담"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2025년 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이자(Sell America)'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잦은 정책 혼선과 AI(인공지능) 버블 우려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분위기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이 같은 조짐은 4월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한 직후 본격화됐다. 당시 미국 주식과 국채, 달러가 동반 하락하며 시장에 혼란이 번졌고, 투자자들은 이른바 '미국 탈출(ABUSA·Anywhere But the USA)' 전략으로 갈아탔다. 이후 잇단 정책 발표와 철회가 반복되자, 시장에서는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늘 물러선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말은 강경하지만 결국 행동은 따르지 않는다'는 비아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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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 "미국 자산 과다 보유… 정치 리스크 부담"
상장지수펀드(ETF) 전문가들은 "평균 투자자의 미국 자산 비중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영국의 투자사 AJ벨은 "투자자들이 최근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펀드를 선호하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시장 집중도가 미국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주식지수인 MSCI 월드 exUSA(미국 제외)는 올해 들어 24% 상승, 같은 기간 S&P500(15.6%)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 "AI 버블·쏠림 심화"… 유럽은 분산 강점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구조적 불안정성도 지적한다. S&P500의 시가총액 가운데 3분의 1이 애플·아마존·엔비디아 등 7대 기술주에 몰려 있어, 경기 민감 업종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은 기술·헬스케어·에너지·금융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해외 투자 확대 추세를 확인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는 "올해 들어 미국을 제외한 국제주식과 중소형주 펀드에 사상 최대 자금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대형 기술주보다 중소형 가치주나 글로벌 분산형 포트폴리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탈 USA'흐름이 미국 자산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리스크 자문사 채텀파이낸셜은 "달러 약세로 미국 자산이 일시적으로 매도된 것은 맞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 노출을 일부 줄이는 '헤지 아메리카(Hedge America)' 전략이 맞다"고 설명했다.
◆ 유럽 투자자들 "환율 리스크 부담"
유럽 투자자들은 환율 효과 때문에 미국 투자에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유럽 투자자가 미국 S&P500에 투자했을 경우 달러 기준 수익률은 14%지만, 유로화가 12% 상승해 실제 수익은 2%에 불과했다. 반면 유럽 내 투자자는 주가 상승과 통화 강세를 모두 누릴 수 있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투자 화두로 '분산(Diversification)'과 '지역화(Localization)'를 꼽는다.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미국 주식의 쏠림이 해소되지 않는 한, 'ABUSA(미국 빼고 어디든)'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