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 '서학개미'들이 올해 밈주식(meme stock) 열풍이 재점화된 월가로 대거 몰리며 일부 종목의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높은 위험 감수 성향과 집단적 매수, 레버리지 투자를 앞세워 올해 들어 미국 증시로 대거 진출하고 있다"며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인용해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올해 들어 두 배 가까이 늘어나 10월 말 기준 1,700억 달러(약 249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한국 투자자들은 테슬라(NASDAQ: TSLA), 유나이티드헬스(NYSE: UNH) 등 대형주는 물론, 손실이 큰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NYSE: IONQ)나 인공지능(AI) 관련 중소형주에도 대거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
| 월가의 황소상 [사진=블룸버그 통신] |
아이온큐의 주가는 올해 3월 이후 한때 370% 급등했으며, 한국 투자자들의 보유액은 44억 달러로 전체 시가총액(200억 달러)의 약 20%를 차지했다.
황세운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밈주식 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한 달 동안 한국 투자자들은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 비욘드미트(NASDAQ: BYND) 주식 2억3,920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비욘드미트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9억6,000만 달러 수준이지만, 지난달에는 한때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홍콩 투자은행 CLSA의 심종민 한국주식 전략가는 "이 같은 '전투적 서학개미' 열풍의 배경에는 부동산 가격 급등과 자산 불평등이 있다"며 "이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빠른 수익을 기대하며 더 투기적인 투자를 하게 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FT는 "한국 증시가 올해 AI 기대감과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힘입어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지난 10년간 두 배 상승했고 올해에만 약 70% 올랐지만, 원화 기준으로 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같은 기간 300% 넘게 상승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며 최근 3개월간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5% 하락했다.
미국 증시가 점점 한국 증시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으로 변할 수 있단 전망도 나왔다. 아카디안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오웬 라몬트는 이러한 투기성 자금 유입이 기업 가치평가를 왜곡하고 미국 시장의 성격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 초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또 다른 이론은 미국 주식시장이 한국 주식시장처럼 변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투기성 주식을 더 많이 매수해 왔다. 그것이 미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의 37세 직장인 정지은 씨는 FT 인터뷰에서 "저금리 시대에 직장인으로서 (미국 주식시장만큼) 큰돈을 버는 더 좋은 방법은 없다"며 "시스템에서 미국 주식을 사고파는 게 정말 쉽다. 도파민 때문에 밤늦게까지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시도 최근 강세지만 오래가진 못할 것 같다"며 "미국 시장에는 장기적인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