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흑묘백묘론'이 국민의힘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내에서 때아닌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8일 이 대통령은 이혜훈 전 국회의원을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후보자는 보수 성향이 강한 '서울 서초구갑'에서 3선 의원을 한 '보수진영 인사'다.

올해 치러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캠프에서 활동했다. 최근까지 국민의힘 중구성동을 당협위원장을 맡는 등 국민의힘 당원으로 보수진영에서 역할을 해 왔다.
이 후보자는 29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말로만은 부족한 것 같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목표를 향해 매진하겠다"며 지명 소감을 밝혔다.
보수진영에서는 이 후보자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감정은 배신감을 넘은 분노다. 특검을 앞세운 정부여당을 상대로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함께 투쟁해 이길 생각은 않고, 제 살길을 찾아갔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보수세가 강한, 소위 '강남노른자'인 서초갑 지역구에 연거푸 공천되는 은혜를 입은 당사자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 당과 당원들을 버렸다는 비난도 상당하다. 전직 중진 의원이자 당협위원장의 변절이라는 사태를 맞은 서울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반 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대체 어떤 뇌구조이길래 이재명 정부의 제안을 덥석 물었는지, 그저 정치적 야욕에 눈이 멀어 국민의 가슴에 대못질을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제껏 지지해준 국민과 당을 배신하는 변절자가 되어 역사에 길이 남을 부역 행위로 기록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원외당원협의회 일동도 규탄 성명을 통해 "은전 30냥에 예수를 판 유다와 같은 혹독한 역사적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이 후보자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며 이 후보자를 제명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심'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과거 '새누리당-바른정당' 사례와 엮어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를 기록하면서 탈당한 바른정당 계열 인사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다.

당시 원조 친박이었던 김무성,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했으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현재까지도 배신자로 낙인찍혀 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역시 보수인사로 바른정당에 몸담았다가 최근 대선 정국에서 전향했다. 이 후보자 역시 바른정당에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인물 모두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사태와 관련 "우리가 보수정당으로서의 가치를 보다 더 확고히 재정립해야 된다, 당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된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는 국면"이라며 "우리가 그동안 보수의 가치를 확고하게 재정립하지 못하고, 당성이 부족하거나 당에 대해 해당행위 하는 인사들에 대해서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기 떄문에 이런 일 벌어진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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