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28경기 2승 7패 평균자책점 6.58로 부진
한화, 5선발 경쟁·강백호 FA 보상선수 사이에서 고민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화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발난'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팀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지금의 상황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올 시즌 4명의 확고한 선발진을 구축한 데 이어 5선발 자리를 두고 무려 네 명이 경쟁하는 구도다. 그 가운데 지난겨울 큰돈을 들여 영입한 엄상백의 향후 활용 방안이 구단 안팎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한화는 올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지난 19년간 맛보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무대를 다시 밟았다. LG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지만, 팀의 전력적 기반이 확실히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이 끝난 지금, 구단은 내년 전력 조정에 본격적으로 들어갔고 특히 선발 로테이션 구성은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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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선발 투수 엄상백. [사진 = 한화] |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팀의 5선발 자원이다. 이번 시즌 한화는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류현진-문동주의 뒤를 이을 5선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최대 78억원이라는 대형 자유계약신분(FA) 계약으로 kt에서 엄상백을 데려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엄상백은 최악의 영입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살아야 했다.
엄상백은 올해 28경기에서 80.2이닝을 소화하며 2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8에 그쳤고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는 단 두 차례뿐이었다. 본래 강점으로 꼽히던 이닝 소화 능력까지 흔들리면서 7월을 끝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고, 결국 불펜으로 이동했다.
8월 퓨처스리그(2군)에서 재정비를 마친 후 9월 불펜으로 복귀했을 때는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9월 9경기에서 10.1이닝 1실점, 월간 평균자책점 0.87로 호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삼성전에서 강민호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흔들렸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제외되며 아쉬운 시즌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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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한화의 엄상백이 지난 8월 9일 잠실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 = 한화] 2025.08.09 wcn05002@newspim.com |
이제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는 현재 5선발을 차지하기 위해 4명의 선수가 경쟁하고 있다. 엄상백의 흔들림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예는 정우주다.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운 그는 올 시즌 51경기 3승 3홀드 평균자책 2.85의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에는 1.23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성장했다.
시즌 막판부터는 선발 테스트를 받았다. 지난 9월 15일 키움전 2.1이닝 4삼진 2실점, 9월 29일 LG전 3.1이닝 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특히 큰 경기에서 보여준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은 대단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1이닝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데 이어,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전에서도 3이닝 무실점 노히트 피칭을 펼쳐 감독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대만 국가대표 출신 왕옌청도 선발 경쟁의 핵심 변수다. 일본프로야구(NPB) 2군에서 85경기 20승 21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팀의 풀타임 선발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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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선발 투수 엄상백. [사진 = 한화] |
한화는 왕옌청에 대해 "최고 시속 154㎞ 포심과 예리한 슬라이더, 공격적인 피칭 스타일이 돋보인다"라며 "100구 이후에도 구속이 유지되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손혁 단장 역시 "좌완 선발이 부족한 팀 사정상 전력 밸런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올 한 해 재활에 집중한 토종 에이스 출신 김민우도 내년에 복귀한다. 김민우는 한화가 3년 연속 꼴찌를 한 암흑기(2020~2022년)에 마운드를 가장 오래 지켰던 투수다. 2020년 132.2이닝, 2021년 155.1이닝, 2022년 163이닝을 던졌다. 2021시즌엔 규정이닝과 함께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14승 10패)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당연히 선발 경쟁의 중심에 설 자원이다.
엄상백에게는 또 다른 변수가 존재한다. 바로 강백호의 FA 보상선수 가능성이다. 강백호가 타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 kt는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한화는 이미 2차 드래프트 때 안치홍·이태양 등 FA 출신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전례가 있다. 최근 부진한 선수라면 FA라도 보호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78억을 투자한 엄상백이 보호선수 20인 명단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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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한화의 투수 엄상백이 지난 7월 23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구원 투수로 등판했지만 6실점을 허용했다. [사진 = 한화] 2025.07.23 wcn05002@newspim.com |
한화는 드디어 선발 왕국을 실현했지만, 그 과정에서 엄상백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선발 경쟁을 그대로 시킬지, 불펜 역할을 강화할지, 아니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기회를 열어줄지 선택지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가 엄상백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그리고 그 방향이 그의 커리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