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7연패에 빠지며 결국 자진 사퇴
기업은행, 이소영·김하경 부상으로 분위기 침체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시즌 전만 하더라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던 IBK기업은행이 예기치 못한 악재 속에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김호철 감독이 자진 사퇴를 선택하면서 팀 분위기를 되살려야 할 임무는 여오현 감독대행에게 넘어갔다. 팀을 맡은 그의 부담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기업은행은 지난 22일 열린 2025-2026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현대건설전에서 0-3으로 완패하며 7연패라는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시즌 초반 1승 8패(승점 5)에 머물며 7개 구단 중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6위 정관장(4승 5패·승점 10)과의 격차 또한 이미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 |
| IBK 기업은행의 김호철 前 감독. [사진 = KOVO] |
계속된 패배 끝에 김호철 감독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제가 물러남으로써 선수단과 구단이 다시 제대로 정비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내려왔다. 구단 역시 김 감독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사임을 공식 수용했고, 남은 시즌 동안 여오현 감독대행 체제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사실 시즌 전의 기업은행은 도로공사와 함께 우승 후보로 손꼽힐 만큼 전력을 탄탄히 보강한 팀이었다. 외국인 공격수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 아시아쿼터 알리사 킨켈라(등록명 킨켈라), 그리고 육서영으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는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여자부 최고 리베로로 불리는 임명옥을 영입하며 수비 안정성까지 끌어올렸다. KOVO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치도 한층 커졌다.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확인됐다. 당시 7개 구단 중 김호철 감독과 흥국생명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을 제외한 5명의 사령탑이 기업은행을 시즌 우승 예상 팀으로 꼽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예상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 펼쳐졌다.
![]() |
| 이소영. [사진=KOVO] |
가장 큰 복병은 연이은 부상이었다. 공수 양면에서 핵심 역할을 하던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이 어깨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죄송스럽다는 뜻과 함께 계약 해지까지 요청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팀의 경기 조율을 담당하는 주전 세터 김하경까지 이탈하는 악재가 겹쳤다. 김하경은 지난 7일 흥국생명전에서 블로킹 후 착지 과정에서 상대 발을 밟아 발목을 심하게 접질려 최소 8주 이상의 재활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대체 자원의 경험 부족이다. 남은 세터 박은서와 최연진은 아직 실전 경험이 충분치 않아, 팀 공격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팀 전체의 흐름이 끊기고 공격이 빅토리아 한 명에게만 지나치게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아시아쿼터로 기대치가 컸던 킨켈라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세터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한 김호철 감독이 결국 팀을 떠났고, 여오현 감독대행이 흔들리는 팀 분위기와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 |
| [서울=뉴스핌] 김하경이 지난 7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사진 = KOVO] 2025.11.07 wcn05002@newspim.com |
여오현 감독대행은 V리그 역사를 대표하는 리베로다. 남녀부 통틀어 최다 출전 기록인 625경기를 뛴 그는 '리베로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정확한 수비와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으로 유명했다. 더불어 그는 코트 밖에서도 뛰어난 리더십과 소통 능력으로 인정받았다. 현대캐피탈에서 선수와 플레잉코치 역할을 동시에 맡았던 9시즌 동안 후배들을 다독이고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존재로 평가받았다.
현재 기업은행의 가장 큰 과제는 무너진 팀 분위기를 다시 추슬러내는 일이다. 연패 속에서 선수들은 리드를 잡고도 연이어 실수가 나오거나, 접전 상황에서 쉽게 흔들리며 한순간에 분위기를 내주는 장면이 반복됐다. 표정도 무겁고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 |
| IBK 기업은행의 여오현 감독대행. [사진 = KOVO] |
하지만 반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빅토리아를 중심으로 임명옥, 황민경, 이주아 등 베테랑 자원들이 버티고 있고, 최정민·육서영 등 젊은 선수들도 잠재력이 충분하다. 악순환을 끊어내기만 한다면 연승 흐름을 타는 것도 결코 어렵지 않은 전력이라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오는 26일 리그 5위 흥국생명을 상대로 중요한 경기를 치른다. 여오현 감독대행 체제의 첫 승이자 팀 분위기를 되살릴 기회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