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밝은 분위기를 강조···임명옥 "요즘 즐겁게 배구하고 있어"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여오현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IBK기업은행이 완전히 달라졌다. 시즌 초반 깊은 부진에 빠졌던 '우승 후보' 기업은행은 이제 다시 상위권 경쟁을 두드리는 팀으로 돌아왔고, 그 중심에는 여 감독대행의 뚜렷한 철학과 과감한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GS칼텍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30-28 25-19 25-22) 완승을 거뒀다. 경기 자체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최근 흐름이다. 이 승리로 기업은행은 어느새 4연승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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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K기업은행의 여오현 감독대행. [사진 = KOVO] |
한때 7연패에 빠져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팀의 상황을 생각하면 극적인 반등이다. 현재 기업은행은 5승 8패, 승점 16을 기록하며 중위권의 GS칼텍스(6승 7패·승점 19), 흥국생명(6승 7패·승점 18), 페퍼저축은행(6승 7패·승점 17)을 바짝 뒤쫓고 있다. 개막 전 컵대회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던 면모가 이제서야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여 감독대행 부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선수단 배치다. 시즌 초반 내내 기회를 잡지 못했던 아시아쿼터 알리사 킨켈라(등록명 킨켈라)를 원래 대학 시절 경험이 많은 아포짓으로 재배치한 결정이 전환점이 됐다.
그에 맞춰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을 왼쪽으로 이동시키면서 공격 라인이 완전히 재편됐다. 두 선수의 역할이 명확해지자 경기력도 안정됐다. 특히 킨켈라는 정관장전에서 12득점(공격 성공률 41%)으로 부진의 긴 터널에서 벗어났고, 빅토리아는 후위 공격까지 가세하며 공격 스펙트럼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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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여오현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이 지난달 26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교체돼 들어오는 임명옥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 KOVO] 2025.12.11 wcn05002@newspim.com |
여 감독대행은 이러한 포지션 변화에 대해 "빅토리아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와서도 어려운 볼 처리 능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힘이 됐다. 앞으로 킨켈라도 아포짓에서 공격력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는 앞에 킨켈라 비키(빅토리아의 애칭) 미들블로커가 있으면 부담이 될 것이다. 이 높이를 살려갈 것이다. 뒤에서는 (리베로) 임명옥이 받쳐준다. 그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라며 장점을 설명했다.
세터 박은서의 기용도 신의 한 수다. 주전 세터였던 김하경이 지난 11월 인대 파열 부상으로 8주가량 팀에서 빠지자, 여 대행은 박은서를 주전 세터로 기용했다. 박은서는 킨켈라·육서영·빅토리아를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활약했으며, 이동공격·속공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조율하며 '코트 위의 사령관' 역할을 200% 소화했다.
그 결과 기업은행은 이동공격 성공률 3위(46.39%), 속공 성공률 1위(44.96%)에 오르는 등 전술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여 감독대행은 박은서에게 늘 "밝게 하라", "웃어라"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그는 "떨리는 상황에서도 위축될 필요 없다. 표정이 어두우면 더 긴장된다"라며 선수의 마음가짐을 특히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하경이도 돌아와서 같이 해줘야 한다. 하경이만의 스타일은 조금 다르기에 그런 부분을 훈련을 통해 맞춰나갈 것"이라며 김하경이 부상에서 회복하면 두 세터를 동시에 기용할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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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여오현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빅토리아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 KOVO] 2025.12.11 wcn05002@newspim.com |
킨켈라-육서영 조합의 약점은 리시브였다. 그러나 이 부분을 누구보다 정확히 메운 사람이 리베로 임명옥이다. 그는 GS칼텍스전에서도 리시브 효율 38.5%, 디그 18개로 팀을 지탱했다.
여 감독대행은 "킨켈라가 아포짓을 보더라도 임명옥이 있기 때문에 수비 커버가 가능하다"라며 임명옥의 존재감을 강하게 강조했다. 임명옥 역시 "내가 가운데에서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공격수들의 수비 부담이 줄었다"라며 포메이션 안정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여 감독대행이 무엇보다 중시한 건 '분위기 회복'이다. 연패에 빠진 팀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표정이라는 판단 아래, 그는 끊임없이 밝음을 주문했다. 경기 중, 훈련 중, 작전타임에서도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웃어!"였다.
임명옥은 "감독님은 그냥 보면서 실점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 잘 안되더라도 웃고 가자고 한다"라며 팀 분위기가 달라진 이유를 전했다. 킨켈라 역시 여 감독의 말에 씨익 웃으며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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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기업은행의 여오현 감독이 지시하고 있다. [사진 = KOVO] 2025.12.10 wcn05002@newspim.com |
이어 "즐겁게 배구하고 있다. 우리가 코보컵과 그 이후 연습경기를 할 때도 웃으면서 즐겁게 했다. 개막 후에 그러지 못해 아쉽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열심히 하겠다"라며 각오를 불태웠다.
여 감독대행은 "요즘 지도자에게 공감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지도자가 굳은 얼굴이면 선수들은 더 경직된다"라며 "항상 웃고 밝게 하자고 말한다. 그게 팀을 살리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초반의 부진을 완전히 지워내고 다시 상승세에 오른 기업은행. 여오현 감독대행의 소통 중심 리더십, 전략적 포지션 재편, 선수들의 회복된 자신감이 맞물리며 팀은 빠르게 강팀의 면모를 되찾고 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