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K팝의 지식재산권(IP)가 무한 확장되고 있다. 이전 K팝은 단순 음악 소비에 그쳤다면, 이제는 아티스트와 세계관 등을 IP로 구조화해 웹툰, 애니메이션, 게임, 인형 등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 하이브, 스토리 IP 확장…'다크문', 웹툰서 애니메이션으로
하이브는 일찍부터 아티스트의 IP를 스토리에 입혔다.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앨범부터 시작된 하이브의 스토리 IP는 2022년 이들의 '세븐 페이츠: 착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별을 쫓는 소년들', 르세라핌 '크림슨 하트', 그리고 엔하이픈의 '다크문: 달의 제단' 등으로 이어졌다.

하이브는 각 그룹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세계관을 기반으로 자체 스토리 IP를 기획·개발했다. 방탄소년단은 조선시대 '범 사냥 부대' 착호갑사를 현대적 세계관으로 재해석하고, 멤버 7명이 운명과 시련을 함께 극복하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리고 최근 흥행에 성공한 엔하이픈의 '다크문: 달의 제단'의 경우 뱀파이어라는 장르를 활용해 초능력을 가진 소년들의 관계과 갈등을 다뤘다.
엔하이픈의 '다크문: 달의 제단'은 이들의 데뷔곡부터 여러 시리즈 앨범에 세계관이 연동되면서, 스토리 IP가 앨범 콘셉트와 비주얼, 서사 마케팅의 축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요인들로 '다크문: 달의 제단'은 지난 7월 글로벌 누적 조회수 2억뷰를 돌파했으며, 오는 1월 애니메이션 제작 소식이 들려왔다. 엔하이픈의 IP를 활용한 해당 웹툰의 애니메이션 제작은 일본 소니 뮤직 계열의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애니플렉스에서 제작을 맡아 큰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유력 애니메이션 기획사인 애니플렉스가 한국의 웹툰 전문 플랫폼사가 아닌, 음악 기업의 웹툰 IP와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이기도 하다. 김태호 하이브 COO 역시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IP 마켓 2025'에서 "'다크문'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천이 됐던 IP와의 결합이 성공의 키였다"며 IP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IP 활용은 수익뿐 아니라 글로벌 팬덤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크문: 달의 제단' 애니메이션은 오는 28일 도쿄 TOHO 시네마즈 신주쿠에서는 1·2화를 최초 공개하는 사전 상영회가 열리고, 엔하이픈 전 멤버와 주요 배역을 맡은 일본 인기 성우 6인의 무대 인사가 함께 진행해 수익과 팬 경험을 한 번에 선보이게 됐다.
◆ 게임부터 캐릭터까지…K팝 IP의 무한 확장
하이브가 아티스트의 IP를 스토리 IP로 확장시켰다면, SM엔터테인먼트는 머천다이즈(MD)와 게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라이즈의 캐릭터 팝업스토어, 샤니이 키와 헬로키티 협업 프로젝트 등 다양한 팝업스토어로 수익 다변화와 팬 경험을 실현했다.
NCT 위시는 자신들의 IP로 제작된 캐릭터 인형 '위시돌'로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 6월에는 NCT 위시의 IP를 기반으로 에버랜드 곳곳에 다양한 테마 공간과 콘텐츠를 운영하는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음악을 넘어 이들의 세계관과 정체성 등을 공간과 체험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자체 IP 기반 신작 '슴미니즈' 모바일 캐주얼 게임도 내놨다. 이는 SM 소속 아티스트를 닮은 작은 캐릭터들이 등장해 나의 '최애' 캐릭터와 함께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으로 NCT와 에스파, 라이즈 등이 게임 캐릭터로 탄생했다.
현재 K팝 업계에서 IP 비즈니스 중 가장 큰 성공사례를 남기고 있는 것이 바로 '캐릭터'이다. NCT 위시는 '위시돌', 트레저의 '트루즈', 세븐틴 '미니틴', 보이넥스트도어 '쁘넥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뿔바투'가 대표적인 캐릭터 IP이다. 특히 캐릭터 비즈니스는 최근 키링 열풍과 맞물려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7월 더현대서울에서는 미니틴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가 진행됐고, 13일간 누적 방문객은 1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엔터사에서 아티스트의 IP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에는 K팝의 주요 소비층인 젠지(Gen Z) 세대의 니즈가 주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문화 주 소비층인 이들은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즐기고 소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티스트 IP가 웹툰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IP 비즈니스를 통해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MD 사업으로 확장시켜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IP 비즈니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뉴스핌에 "K팝 IP 비즈니스는 앨범뿐 아니라 캐릭터, 스토리, 게임 등 여러 산업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한 캐릭터나 스토리를 잘 만든다면 여러 산업과 컬래버레이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IP 비즈니스가 중요해진 것"이라며 "이러한 IP를 만들어 활용하고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장시키면 직접 즐기고 소비하고 싶어하는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엔터사의 수익도 함께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P 비즈니스는 단순히 팬덤의 니즈, 엔터사의 수익을 충족시키는 수단을 넘어 점차 실용성까지 추구하며 일반 대중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K팝 IP는 지금까지 선보인 게임, 캐릭터, 웹툰뿐 아니라 더 많은 산업군에서 확장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더욱 IP 비즈니스 경쟁이 치열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