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별 재건축 배정 물량 축소 만이 해답될 것
국토부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적용 등 엇박자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이 1만9800여 가구의 정비계획 확정으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주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성남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이주 후보단지를 국토교통부에 제안했으나,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7~2028년부터 매년 2만 가구 규모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非)선도지구까지 패스트트랙 적용이 예고되면서 이주대책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가 제시한 2030년까지 6만3000가구 착공 목표와 달리, 실제 재건축 착공 시점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칫 5개 1기 신도시가 위치한 경기권 지자체에서는 도정법에 따른 일반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선도지구 정비계획은 잇따라 지자체 심의를 통과하고 있지만, 이주단지 확보와 물량 배정 방안이 불투명해 사업 추진 속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연말을 앞둔 12월 들어 경기 분당(성남시)과 평촌(안양시)·산본(군포시)의 선도지구 9곳 중 8곳의 정비계획안이 시 심의를 통과했다. 정비계획안이 승인되면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지며 본격적인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연차별로 재건축 배정물량을 조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올해 배정된 물량 만큼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내년으로 이월할 수도 있어 재건축은 더욱 늦어지게 될 수 있다.
앞서 이달 2일 안양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A-17구역(꿈마을 한신·현대·금호·라이프) 1750가구, A-18(꿈마을 우성·건영5·동아·건영) 1376가구의 정비계획안을 조건부 의결했다. 다만 평촌 3개 선도지구 중 A-19구역(샘마을 임광 등)은 정비계획안 마련을 못해 내년 이후에나 심의를 받을 수 있다.
뒤이어 15일에는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분당신도시 샛별마을 2843가구, 양지마을 4392가구, 시범단지 3713가구, 목련마을 1107가구 4개 선도지구 정비계획안에 대해 모두 조건부 가결을 단행했다. 22일에는 산본신도시 통합9-2구역(동성백두·한라백두·극동백두) 1862가구와 통합11구역(자이백합·삼성장미·산본주공11) 2758가구에 대한 정비계획안과 정비구역 지정이 군포시 심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분당신도시 4곳 1만2055가구와 평촌신도시 2곳 3126가구, 산본신도시 2곳 4620가구 등 총 8곳 1만9801가구의 선도지구 정비계획이 확정됐다. 2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산본신도시 선도지구 2곳에 대해 1기 신도시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중 최초로 특별정비계획 결정 및 특별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완료했다. 특별정비구역은 이후 시행자 지정 절차에 착수해 시공자 선정 및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위한 통합 심의(건축·경관·교통 등) 절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발빠른 정비계획 승인 및 정비구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이들 선도지구 재건축사업이 예정대로 2027년 착공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주대책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1기 신도시 이주대책은 결국 '시장 재량'으로 넘어갔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계획이 발표된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말했던 정부차원의 이주 단지 조성은 물건너 갔고 해당 지자체가 알아서 이주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확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건에서도 이주 대책은 철저히 검증될 예정이다. 실제 성남시의 경우 국토교통부로부터 이주대책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올해 예정된 1만2000여 가구의 정비계획 수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연차별 계획에 따라 추가 선정될 재건축 물량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성남시는 재건축 이주 단지로 후보지 5곳을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2029년까지 입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무산된 바 있다.

선도지구 중 가장 빠른 사업 진척속도를 보이는 산본신도시의 경우 서울시 남부기술교육원 부지를 비롯해 지역 내 이주 주택 활용 부지 5곳 정도를 발굴했지만 시기나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바로 활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만2천가구의 이주민이 발생할 분당신도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대해서만 연차별 배정물량 이월을 하지 않겠다고 밝힐 정도로 분당신도시 재건축은 이주대책이 선결 과제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주대책에 부정적인 입장이 많다. 현행 정부 계획에서는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다소 사업 진행이 늦어지더라도 2028년에는 이주단지가 마련돼야 하지만 이 속도를 맞출 수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촌 아파트가 마련되는데도 공사기간만 2년이 걸렸는데 모듈러 주택을 만들지 않는 한 이주단지를 그렇게 단기에 조성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해당 도시의 여유 주택 수가 이주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2026년 1기 신도시 구역지정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6년 상한은 일산 2만4800가구, 분당 1만2000가구, 중동 2만2200가구, 평촌 7200가구, 산본 3400가구다. 아울러 선도지구가 아닌 모든 신도시 재건축 구역에 대해 패스트트랙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발생하는 이주민을 해결할 이주대책은 이제 1기 신도시 재건축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1기 신도시 이주대책은 관리처분인가의 연차별 배정 물량이 유일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및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별도의 이주대책 없이 추진되는 일반 재정비사업과 달리 1기 신도시 재건축에서는 매년 2만 가구 이상의 이주민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1만 가구 이내로 줄여내는 것 이외엔 뚜렷한 이주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토부에서 2030년까지 6만3000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