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세 차례 성대결서 여성 승리 한 번뿐
사발렌카 코트 작고 모두 세컨드 서브 없어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세계 테니스가 역대 네 번째 성(性) 대결을 치른다. 여자 단식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와 남자 단식 세계 659위 닉 키리오스(호주)가 한국시간 29일 0시 45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리는 '배틀 오브 더 섹시스: 두바이 쇼다운에 출전한다. 테니스 남녀 선수가 공식 경기 형식으로 맞붙는 것은 1992년 지미 코너스-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대결 이후 33년 만이다.
경기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승리를 자신했다. 사발렌카는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상대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키리오스는 "준비는 끝났다. 내가 이길 것"이라며 "조코비치나 페더러, 나달도 내 플레이를 읽기 어려워했다. 사발렌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응수했다.

27세 사발렌카는 올해 US오픈을 포함해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통산 네 차례 우승한 여자 테니스 넘버원이며 30세 키리오스는 2022년 윔블던 준우승 이후 부상과 공백으로 투어에서 멀어졌고 랭킹은 600위대까지 떨어진 '한물간' 선수다.
이번 대결에는 특별 규정이 적용된다. 사발렌카 쪽 코트는 9% 줄어들고 두 선수 모두 서브는 한 번만 넣을 수 있다. 남자 선수의 서브와 파워에서 비롯되는 절대적 우위를 제한하기 위한 장치다. 경기는 3세트제로 치러지며 마지막 세트는 10점 타이브레이크 방식이다.

1973년 마거릿 코트와 보비 리그스의 첫 성대결에서는 리그스가 세트 스코어 2-0으로 승리했다. 같은 해 당시 30세 여성인 빌리 진 킹이 55세의 리그스를 3-0(6-4, 6-3, 6-3)으로 꺾었다. 이 승리를 계기로 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의 발전을 촉발했으며 메이저 대회에서 남녀 상금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전기가 됐다. 테니스 코트를 넘어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남녀평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1992년 코너스와 나브라틸로바의 경기 역시 코너스에게 불리한 규정이 적용됐으나 40세였던 코너스가 35세의 나브라틸로바를 2-0(7-5, 6-2)으로 이겼다.
이번 이벤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는 1973년 킹-리그스전처럼 여성 스포츠의 위상을 환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비시즌 흥행을 노린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남녀 동일 상금을 둘러싼 논쟁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경기가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키리오스는 과거 남녀 동일 상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혀온 선수다. 반면 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는 2027년부터 주요 대회에서 남녀 동일 상금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이 상징성을 띠는 이유다.
사발렌카는 "빌리 진 킹이 여자 테니스에 남긴 유산을 존중한다". 닉을 존경하지만 봐줄 생각은 없다"고 도발했다. 키리오스는 "100% 컨디션이 아니어도 이길 수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 경기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테니스가 오랫동안 안고 온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다.
psoq133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