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사 개입 차단 안도, 정책 부담은 확대
내년부터 400조 규모 생산적 금융 투자 본격화
안정 속 재무 리스크 대응, 내실관리 총력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차기 회장 레이스를 마무리한 4대 금융그룹이 새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적 금융' 모드에 돌입한다. 5년간 투자 규모만 4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당초 우려가 컸던 정부의 인사 개입 '외풍'에서는 벗어났지만, 자본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는 점에 내실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그룹 자구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만큼 정부의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확정되면서 30일 기준 4대 금융그룹 중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등 3명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내년 11월 첫 임기(3년)가 마무리된다.

금융권에서는 당초 우려와 달리 회장 인선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부패한 이너서클' 문제를 지적했던 것에 비하면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예상대로 현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 가운데, 4대 금융은 일제히 '생산적 금융'을 내년도 1순위로 과제로 내걸었다.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인공지능(AI), 신사업 등 주요 현안이 뒤로 밀릴 정도 생산적 금융의 대내외 영향력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4대 금융의 생산적 금융 규모는 기존 포용 금융을 포함해 향후 5년간 KB금융 110조원, 신한금융 110조원, 하나금융 100조원, 우리금융 80조원 등 총 400조원에 달한다. 국가정책인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관련 투자액만 75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첨단전략산업 투자와 기술투자, 기업대출 확대, 취약계층 지원 등에 막대한 재원 집중이 불가피하다.
관건은 재원과 건전성이다.
4대 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에서 역대 최대인 14조8125억원을 기록했다. 그룹별로는 KB 5조1217억원, 신한 4조4609억원, 하나 3조4334억원, 우리 2조7965억원 순이다. 연간 실적 역시 최대 기록이 무난하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규제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단순 계산만으로도 그룹별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생산적 금융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재원 확보가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건전성 관리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투자 확대로 자본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주환원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대 금융의 지난 3분기 기준 CET1은 KB가 13.83%로 가장 높고 신한 13.56%, 하나 13.30%, 우리 12.92% 순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은 CET1이 13%를 넘으면 초과분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최소 13~13.5% 구간은 유지해야 이재명 정부가 강하게 추진중인 주주환원 확대를 시행할 수 있다. 자본 축소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이유다.
여기에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대까지 치솟은 달러/원 환율 역시 금융그룹들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 증가로 이어지면 CET1 하락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ET1 산정 기준이 되는 위험가중자산(RWA) 관련 규제 완화 필요성을 시사했지만, 아직 구제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당분간 그룹별 자구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4대 금융이 연말 조직개편에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효율적인 정책 추진과 함께 이 같은 재무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계열사 CEO 및 임원 인사를 최소화한 것 역시 안정을 중심으로 내실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방침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재무적인 리스크는 현실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RWA 완화 등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더 효과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