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기술 산업의 전환점을 제시하는 라스베이거스 CES. 2026년 CES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피지컬 AI(Physical AI)'. AI가 디지털 세계를 벗어나 실제 환경에서 지각하고, 추론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이다.
올해는 더 이상 로봇들이 연구실이라는 디지털 세계가 아니라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지각하고 추론하고 행동하는, 실험이 아닌 상업화 직전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었다. Agility Robotics, AGIBOT, Galbot 등 여러 회사가 이동, 균형, 조작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었으며, 수천 대가 이미 상업 환경에 배치되었다. AI 모델, 센싱, 저전력 컴퓨팅의 발전으로 자율 배치가 실용적인 규모로 가능해진 결과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현대차 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공개한 차세대 Atlas 휴머노이드. 이전 연구 중심 버전과 달리, 새 Atlas는 실시간으로 환경을 학습하고 재고 관리나 조립 라인 지원 같은 작업에 적응할 수 있는 AI를 통합했다.
특히 Large Behavior Model(LBM)을 채택하여 이전에는 수작업으로 프로그래밍해야 했던 새로운 기능을 코드 한 줄 작성 없이 빠르게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 혁신적이다. 걷기, 웅크리기, 들어올리기 같은 전신 움직임으로 포장, 분류, 정리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은 SF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가격 혁명으로 접근성을 대폭 높인 사례도 눈에 띈다. 13,500달러부터 시작하는 중국의 Unitree의 G1 휴머노이드는 2025년 기준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1,000대 이상 출하되었다. 127cm의 작은 키지만 1.4m 멀리뛰기 세계 기록을 세웠고, UC San Diego 연구자들이 개발한 원격 의료 시스템에서 봉합 86.3% 성공률을 보였다. 고성능 Atlas가 제조업의 미래라면, 저가형 G1은 연구와 교육의 문턱을 낮춘 휴머노이드 민주화의 대표주자인 셈이다.
가정에도 로봇이 들어온다. LG의 CLOiD는 두 개의 관절형 팔과 5개 손가락을 가진 손으로 섬세한 가사 작업을 처리하도록 설계되었다. "Zero Labor Home"이라는 비전은 야심차지만, 아직 실제 성능 데이터는 제한적이다.
제조 현장에서는 실질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Foxconn은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로 나사 조임과 케이블 삽입을 자동화한 결과, 시스템 배치 시간을 40% 단축하고 사이클 타임을 20-30% 개선했으며 오류율을 25% 감소시켰다. 복잡한 조립 작업에서 AI 로봇이 인간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인 것이다.
이 모든 로봇의 발전 뒤에는 '월드 모델(World Model)' 기술이 있다. AI 업계가 대규모 언어 모델에서 월드 모델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언어 모델이 텍스트로만 세상을 이해했다면, 월드 모델은 AI에게 물리적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마치 게임을 많이 한 사람이 캐릭터가 점프하면 어디에 착지할지 예측하듯, 로봇도 "이 물건을 집으면 이렇게 움직이겠구나"를 미리 계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피지컬 AI의 최대 난제는 'Sim-to-Real Gap',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 격차다. 시뮬레이션 환경은 속도와 안전성, 학장성에서 장점이 있지만, 근사치 물리 모델로 인해 실제 성능과 지속적 격차가 존재한다.
전통적인 시뮬레이터가 3D 장면을 구성하고 물리 법칙을 사용해 다음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는 것과 달리, 생성형 월드 모델은 훈련 데이터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센서 출력을 예측한다. 결과적으로 실제 세계의 물리적 이해가 부족하고 훈련 영역을 벗어나면 치명적 실패를 할 수도 있고 환각에 취약한 측면도 있다.
데이터 수집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생성형 AI에는 쉽게 얻을 수 있는 대량 데이터가 있지만, 물리적 시스템은 다르다. 자율주행 차량이 하루 25기가바이트, 항공기 엔진이 시간당 20테라바이트를 생성하지만 대부분 활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데이터 부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센서 스트림을 실행 가능한 인텔리전스로 합성하는 능력 부족이다.
안전성 검증 역시 딜레마다. AI 시스템은 투명성 부족, 오류, 편향,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기존 안전 검증 프로세스를 적용할 수 없다. 로봇이 환경에서 무엇을 할지 보장할 수 없기에, 새로운 안전 보증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Omniverse와 Cosmos 같은 도구로 다양한 조명과 날씨 조건에서 수천 개의 자동 주석이 달린 합성 이미지를 생성하여 훈련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실제 환경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활용으로 훈련의 가상화와 피지컬 AI 통합이 다중 제조 시설에서 빠른 배치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근본적 해결보다는 격차를 점진적으로 좁히는 단계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피지컬 AI 분야에서 한국의 위치는 아직 애매하다.
최근 5년간 휴머노이드 로봇 특허 출원 건수에서 중국이 5,688건, 미국이 1,483건인 반면 한국은 368건에 불과하다. 2022-2024년 휴머노이드 모델을 공개한 세계 기업 66곳 중 중국 기업이 40곳(61%)을 차지했다.
CES 2026 현장은 이를 더 극명하게 보여줬다. 전체 34개 휴머노이드 기업 중 중국이 20곳(59%)으로 압도적이었고, 미국과 한국이 각 5개로 뒤를 이었다. 숫자상 한국은 2위 그룹이지만, 중국의 물량 공세와 미국의 기술력 사이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비관할 상황도 아니다. 한국의 강점은 배터리부터 반도체까지 전 주기를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이다. 현대차 그룹은 2025년 국내 24조 3천억원을 투자하며, 상당 부분을 자율주행과 AI에 쏟아붓는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톱 4에 올랐고, 뉴로메카는 협동·산업·모바일·휴머노이드 등 전 플랫폼 풀 스택 역량을 갖췄다.
정부는 2024년 4월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시키며 국가적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두산로보틱스 등 40여 개 기업과 서울대, KAIST가 참여해 2030년까지 로봇 AI와 하드웨어,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기술 개발에 1조원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목표도 구체적이다. 2028년까지 공용 로봇 AI 모델 개발, NVIDIA Cosmos에 대응하는 '한국형 코스모스' 시뮬레이션 플랫폼 구축, 60kg 이하·50개 이상 자유도·20kg 이상 페이로드의 고 사양 로봇 생산이다. 과기 정통부는 2040년 범용 휴머노이드 일상화 시대를 대비해 9대 중점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2025 로보월드에서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휴머노이드를 선보였지만 대부분 프로토타입 단계다. 중국의 월 71만원 렌탈 모델이나 미국 Figure AI의 62억 달러 투자 규모는 언감생심 이다.
CES 2026에서 목격한 풍경은 희망과 우려가 교차한다. 기술은 빠르게 성숙하고 있고, 투자는 쏟아지고 있으며, 상용화는 코앞이다.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까?
피지컬 AI의 진정한 경쟁은 지금부터다. 한국이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도약할 수 있을지, 영원한 2등 그룹에 머물지는 향후 2-3년이 결정한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 후에도 남은 단순 반복 업무에서 인력난이 심각한 제조업이 첫 상용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강한 제조업, 물류, 조선,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 범용 휴머노이드보다 특화 로봇에 먼저 주력하고, 현장 실증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며, 안전 기준과 표준을 선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보스턴 다이내믹스의 Atlas, LG의 CLOiD, 국내 기업들의 협동로봇은 분명 경쟁력 있는 자산이다. 배터리부터 반도체까지 전 주기 제조 역량은 다른 나라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다.
M&A와 전략적 투자, 글로벌 협력이 필수다. 2026년을 진정한 '검증의 해'로 만들어, 실증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폭발적인 성장이 예측되는 시장에서 기술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선택의 시간이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