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외화지급준비금(외화지준)에 이자를 주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달러 매도)에 대비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선제 대응 측면에서다.
6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제24차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지난해 12월 19일 열린 임시 금통위에서 외화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외화지준 부리' 도입을 의결했다. 이는 한은이 외화예금에 대해 지급준비금 이자를 지급하기로 한 첫 사례다.

한은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재개 가능성과 대미 투자자금 집행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을 들었다. 한은 국제국은 "향후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가 재개될 예정인 상황에서 외환 수급 불균형 우려가 지속돼 민간 자금을 활용한 시장 안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화지준 부리가 시행되면 금융기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와 유사한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운용되던 외화가 국내로 유입되고, 국민연금의 환헤지로 시장에 달러가 풀릴 경우 금융기관들이 이를 흡수해 한은에 예치할 유인이 생겨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한은은 이를 통해 외환보유액 확충과 달러 매도 개입 여력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은은 외화지준 부리 금리를 미 연준 정책금리 범위 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관련 부서는 "초과 지준에 대해서만 미 연준 정책금리 범위 내에서 이자를 지급하되, 현행 IORB(지급준비금 이자율·3.65%)를 상회하지 않도록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단기 외화자금까지 과도하게 지준에 예치될 경우에는 적용 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등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통위원들은 이번 조치의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이 수단은 과거 금융·경제 위기 시 당국의 마지막 정책 수단으로 인식되거나 심각한 상황을 자인하는 낙인 효과가 우려돼 도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상황은 외환시장 쏠림 현상이 일부 존재하지만 과거와 같은 위기 국면은 아니어서 부작용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최근 고환율은 금융위기라기보다는 여러 요인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을 보다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외화지준 부리가 외환 수급 악화에 따른 최후의 수단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세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위원은 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 증권사 간담회 등과 함께 외화지준 부리 도입이 산발적인 대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관 간 공조 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한 위원은 "각 제도의 취지와 역할이 명확히 전달되고 정책 간 연계가 이뤄질 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외화지준 부리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원화에 대해 도입됐던 지준부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금융기관 수지 보전을 위한 사후적 조치였다면, 이번에는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한 사전적 안정 장치라는 것이다.
한편 금통위원들의 인식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물가설명회에서 "전통적 의미의 금융위기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위기"라며 고물가와 성장 양극화를 우려한 발언과도 맥을 같이한다. 한은은 이번 조치가 고환율을 경제 위기로 인식하게 해 시장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정책 취지와 효과를 균형 있게 설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