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부족 아니라 안 파는 것"...수급쏠림·상승기대가 원인
"금리인상으로 환율 잡는 것은 부적절...국민 고통 수반"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달러/원 환율이 1500원 수준까지 오르더라도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로 볼 상황은 아니라며, 최근 환율 상승의 본질이 달러 부족이 아닌 '달러를 팔지 않으려는 심리'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1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환율을 전제로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과거의 금융위기는 우리가 외화부채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가면 기업이 무너지고 금융위기로 갔던 상황"이라며 "반면 현재는 우리가 대외채권국으로 (외화부채를 갚지못해 위기로 번지는) 그런 의미의 금융위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달러/원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르더라도 금융위기라고 할 수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달러 공급 부족이 아닌 수급 쏠림과 기대 심리를 지목했다. 그는 "지금 외환시장은 달러가 없는 상황이 아니라,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달러를 현물시장에서 팔지않는 대신 빌려주려는 현상이 강하다"며 "달러 대차시장을 보면 오히려 달러 값은 매우 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달러를 가진 경제주체들이 현물시장에서 팔기보다는 대차시장에 맡기며 관망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이로 인해 현물시장에서는 환율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높은 환율이 물가와 실물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통해 물가를 자극하고, 내수 기업과 서민 경제에는 부담이 된다"며 "거시적으로 바람직한 흐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단행한 국민연금 환헤지 등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해서는 "만감이 교차한다"면서도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시장의 약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관련해 외환당국은 지난해 12월 달러/원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자 고강도 구두 개입과 시장 안정화 조치 등을 통해 환율을 끌어내렸지만 최근 환율이 다시 1470원대로 치솟으면서 1480원대 진입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환헤지 방어선 등을 노출하면서 오히려 투기세력에게 기회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총재는 "12월 말 환율 급등 당시에는 글로벌 달러 흐름과 무관하게 원화만 과도하게 약세를 보였지만, 최근 상승분의 상당 부분은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등 대외 요인에 기인한다"며 지난해 연말과 현재는 환율 관련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가 여전히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을 제외한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와 달러 매입 속도는 여전히 빠른 편"이라며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수급 쏠림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환율 해법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금리 정책은 환율을 보고 결정하지 않으며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판단한다"며 "환율을 금리로 잡으려면 25bp, 50bp(0.25~0.5%p) 올려서는 안 되고 한 번 올리려면 200bp, 300bp(2~3%p)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되면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을 수 있어 환율을 금리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