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국채 시장에서 초장기 금리가 급등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4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한때 4%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고, 국채 가격은 급락했다. 이 여파는 일본에 그치지 않고 미국 국채를 포함한 글로벌 채권 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중 하나인 미국 핌코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댄 아이버슨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국채 시장의 변동성은 글로벌 금리 환경과 분리해 볼 수 없다"며 "오히려 투자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버슨 CIO는 일본 국채 급락이 미국 국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미 재무부의 평가에 동의했다. 그는 "글로벌 채권 시장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어느 한 나라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아진 다른 나라 국채를 팔아 자금을 이동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초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일본 자금이 해외 채권으로 이동하거나 반대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재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이 과정에서 미국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일본과 미국 국채 시장이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배경으로는 미국 재무부의 개입 가능성 시사가 꼽혔다. 아이버슨은 "이번 사태가 이례적이었던 이유는 미 재무부가 달러 환율에 대해 공개적으로 관심을 드러냈고, 시장에서는 미일 공조 개입 가능성까지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엔화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통화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미 재무부는 특히 대미 무역 불균형이 큰 국가의 통화에 대해 계속 주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핌코 역시 글로벌 채권과 통화를 분석할 때 이 점을 중요한 변수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 국채는 일본은행(BOJ)의 초완화적 통화 정책에 묶여 사실상 '제로금리 자산'으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최근 금리 급등으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핌코의 판단이다.
아이버슨은 "특히 초장기 일본 국채의 경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투자 매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높은 국가채무 비율과 확장적 재정 정책이라는 리스크를 인정하면서도, 현재 장기금리는 일본의 명목 성장률과 물가 수준에 점점 부합하는 구간으로 올라왔다는 설명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해 아이버슨은 비교적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일본의 정부 부채 비율은 높지만, 기초재정수지는 거의 균형 상태이며 정부의 평균 이자 부담은 약 1% 수준"이라며 "명목 성장률이 4%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부채 비율은 오히려 완만한 하락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재정 확대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총선 결과와 이후의 재정 정책 방향은 계속 주시해야 한다"며 "재정 지속성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유럽, 영국 모두가 안고 있는 공통 과제"라고 덧붙였다.
핌코의 전략도 서서히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버슨은 "그동안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금리 상승에 취약한 장기채 비중을 줄이고 단기채에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국채 가격이 크게 조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가격 재평가가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 점진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에 다시 투자할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일본 국채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미국 국채 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거론되는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인사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아이버슨은 "거론되는 후보들은 모두 역량이 충분하며, 누가 되더라도 통화 정책의 독립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의장이 현 파월 의장과 비슷하거나 더 비둘기파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2026년 말까지 정책금리를 3% 수준으로 낮추려는 의지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결정은 경제 지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가 다시 과열될 경우, 성급한 금리 인하는 오히려 장기금리를 끌어올릴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 금리는 내려가도 장기 금리가 오르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