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강남권 재건축·리모델링 단지에 응찰 몰려
낙찰률·응찰자 수 동반 상승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의 과열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 흐름 속에서 각종 매매·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경매 시장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낙찰가율과 경쟁 강도가 동시에 높아지는 모습이다.

4일 경·공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07.8%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100%를 웃도는 수준으로, 2022년 6월(110.0%)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낙찰가율은 같은 해 10월 102.3%를 시작으로 11월 101.4%, 12월 102.9%를 거쳐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가 뚜렷해졌다.
경매 참여 열기도 함께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74건으로, 이 가운데 77건이 낙찰돼 평균 낙찰률은 44.3%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1.8%포인트(p) 오른 수치다. 평균 응찰자 수도 6.7명에서 7.9명으로 늘어나 경쟁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총감정가는 790억4200만원, 총낙찰가는 852억1692만원으로 전월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개별 사례를 보면 중저가 재건축·리모델링 단지를 중심으로 고가 낙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전용 50.5㎡는 감정가 9억3300만원 대비 171.5%인 15억9999만9999원에 낙찰됐다. 응찰자 수만 26명에 달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우성아파트 3단지 전용 59.9㎡ 역시 감정가 9억원보다 6억원 이상 높은 15억1388만100원에 매각되며 낙찰가율 168.2%를 기록했다. 이 물건에는 49명이 몰렸다.
아파트 경매가가 급등한 배경으로는 매매시장 규제 강화가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매매로 주택을 취득할 경우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했다. 경매로 주택을 취득하면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실거주 의무가 없고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발표한 6·27 대출 규제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고,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문턱도 높아지면서 현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도 나온다. 경매 감정가가 통상 6개월 전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점도 집값 상승기에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낙찰가율 상승은 강남권보다 비강남권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달 자치구별 낙찰가율 상위권에는 동작구, 성동구, 광진구, 영등포구 등 비강남권 지역이 다수 포함됐다. 상대적으로 15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에서 투자 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매매 시장 진입이 어려운 현금 자산가들이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경매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매매 시장에서 매도 호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경매 낙찰가율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과거 급등기처럼 전 지역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기보다는 선별적인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