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창역 동문디이스트' 가보니
속도는 빨랐지만, 공급 효과 물음표
"공공 참여 모델의 실효성 아직 시험대"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비사업 추진 5년 만에 입주까지 완료했다는 걸 눈으로 보게 되면 훨씬 만족감이 높습니다. 그게 쇼룸을 개관한 이유입니다." (LH 관계자)

◆ 착공 5년 만에 입주까지…성공적 '미니 재개발'
서울 지하철 9호선 염창역 2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걷자 신축 느낌을 물씬 풍기는 나홀로 아파트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처음으로 준공된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단지인 '염창역 동문디이스트'다.
기존 '덕수연립'을 정비해 지하 3층~지상 18층으로 조성한 이 아파트는 총 66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14가구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 물량이다. 대지면적 1763㎡ 남짓한 소규모 사업장이지만, 서울 도심 주택공급 방식의 새로운 실험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LH는 이 건물 전용 59㎡ 한 가구를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방 3개, 욕실 2개 구조다. 현관을 지나 거실에 들어서니 소파와 테이블을 비롯한 아기자기한 소품이 눈에 들어왔다. 전시장을 채운 가구와 소품은 20~30대의 선호도를 반영한 이케아 제품이다. 벽면 조명과 톤 다운된 색감이 공간을 한층 넓어 보이게 했다.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쇼룸 사진을 찍으며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한 쪽 방은 사업 추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록관처럼 꾸몄다. 조합 설립부터 설계, 시공, 준공까지의 과정이 패널로 정리돼 있어 정비사업에 관심 있는 주민이나 관계자들이 편히 참고할 수 있다.
공공임대와 일반분양 물량 사이 차별이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벽지와 조명, 주방 상판 등 주요 마감재는 임대와 분양 구분 없이 동일한 사양이 적용됐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로 둘러싸인 1만㎡ 미만 노후 주거지를 대상으로 기존 가로망을 유지한 채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 중에서 LH가 조합과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초기 사업비 조달과 행정 절차를 지원하는 것이 'LH 참여형' 모델이다. 일반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사업 기간이 짧고, 금융 조달과 관리 측면에서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덕수연립은 서울에서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처음 준공된 사례다. 2021년 조합 설립 이후 약 5년 만에 준공까지 마무리됐다.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과 비교하면 속도감이 두드러진다.
LH는 현재 서울 전역에서 30개 사업지, 약 1만가구 규모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덕수연립에 이어 송파구 석촌동과 마포구 연남동에서도 철거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6년에는 양천구 목동, 광진구 자양동, 서초구 양재동 등에서도 착공이 예정돼 있다.
LH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20% 이상 확보하면 사업비의 약 70%를 기금 융자로 조달할 수 있어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이 구조가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LH 참여 모델이 유지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9년 째 미미한 착공 실적…공급 대안 되기엔 '역부족'
현장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실제 주택 공급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사업 단위가 소규모인 만큼 물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은 2017년 3월 처음 도입됐다. 햇수로 9년째를 맞은 현재까지 전국에서 준공된 사례는 손에 꼽힌다. 2022년 10월 경기 부천 원종동(137가구)에서 처음 공사를 마쳤고, 서울에서는 이번 염창동 덕수연립이 사실상 첫 사례다. 현재까지 착공 실적도 10곳 미만이다.

LH 측은 제도 개선을 통해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절차 간소화와 규제 완화를 지속 추진하고, 주민 간담회를 통해 참여를 확대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LH가 참여하더라도 조합 사업 특유의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 또한 고개를 든다. 대구 방촌 가로주택정비사업은 2019년 LH참여형 대상지로 선정됐으나,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와 고령 조합원의 반발로 착공이 3년 이상 지연됐다. 결국 2024년 당초보다 50% 이상 높은 공사비에 새로운 시공사를 구하고 나서야 사업이 정상화됐다.
경기 부천의 한 가로주택정비사업장에서는 LH참여형임에도 시공사 대표가 수백억원대 대출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조합원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가 위조되고 대출이 실행되면서 입주자들이 퇴거 위기에 몰리는 등 한차례 큰 혼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정비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장점은 민간 주도의 신속성이지만 사업성 부족과 주민 갈등으로 장기화되는 사례가 반복되기도 한다"며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이 불명확할 경우 의사결정 지연과 책임 회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삼 LH 토지주택연구원 주택연구단장은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주민들이 전문성과 자금력을 갖추기 어려워 공공지원이 필수적"이라며 "개별 사업 지원과 함께 주거지 전체를 아우르는 점진적·계획적 정비를 유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