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변협 회장, 조순열 서울변회 회장 등 한 자리에
"법원도 AI 활용 시작…우리가 철저히 감시해야"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변호사의 많은 직무 중 서면 작성은 상당 부분 (AI로) 대체될 것 같다."(하주영 변호사)
지난 5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관 지하 1층 대회의실. 김정욱 변협 회장과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회장을 비롯한 10여 명의 위원이 한 자리에 모였다. 변협 법률인공지능 태스크포스(TF) 7차 회의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날 회의는 예전과 달랐다.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법원을 비롯한 법조계 전반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속도를 내자, 변협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AI가 변호사 직역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TF 위원장인 윤태윤 변호사(변시 2회)는 TF의 존재 이유부터 강조했다. 그는 "법률 인공지능 TF는 법률 AI의 확산과 고도화 속에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예방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AI 도입을 막는 조직이 아니라,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제도적 안전장치를 고민하는 컨트롤타워라는 메시지였다.

이어 "빠르게 진화하는 국가 AI 정책에 맞춰 변호사 업계의 보호 차원에서도 대응하고 있다"며 "법률인공지능 고도화로 인한 청년 변호사 일자리 감소에 대해서도 대응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초임 변호사들이 주로 맡던 서면 작성 업무를 생성형 AI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이미 로펌 규모와 상관없이 확산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사례로 본 AI의 발달과 법조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한 하주영(변시 6회) 변호사는 "이미 많이 보이는 현상인데, 단기적으로는 변호사의 많은 직무 중 서면 작성은 상당 부분 (AI로) 대체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80%를 직접 코딩했다면 이제는 AI가 80%를 맡고 개발자는 이를 검토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며 "변호사 업무 역시 AI가 초안의 80%를 쓰고 변호사가 20%를 수정·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최근 들어 개업 변호사를 중심으로 어쏘(신입) 변호사를 예전 만큼 많이 뽑을 필요가 없다는 증언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개발자들이 코딩 대신 회의를 하거나 설계에 집중하는 현상을, 변호사들도 비슷하게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하 변호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AI가 완전히 변호사를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완벽은 아니어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대체하는 건 기술적으로 산업적으로나 가능성이 있어서 미리 경각심을 갖고 대응책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AI 도입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AI 정책을 전담할 사법인공지능심의관 보직을 신설했으며, 판사들이 사용할 AI 검색 시스템도 올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판사들의 연구 모임인 법원 인공지능연구회는 지난 5일 'AI 활용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의 면책 가능성', '딥페이크 영상에 관한 헌법적 소고' 등을 담은 재판자료집을 출간했다.
조순열 서울변회 회장은 "법관들도 AI 판결에 대한 대응 논의를 하고 있는데, 변호사로서 변론의 종착점은 판결이기 때문에 법원의 논의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제가 사법연수원 운영위원회에서 문제제기했던 건, 자유 심증은 법관의 고유 영역인데 그걸 AI에 맡기면 법관이 과연 존재할 수 있겠냐는 점이었다"며 "어느 순간 AI 개발자들이 기업에 유리한 판결 방향으로 유인하기 시작하면 그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편리함에 의존하다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은 변호사 업계보다 훨씬 앞서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며 "결국 최종 판단 권한을 갖는 법원의 (AI) 개발 및 응용단계를 변호사들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ong9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