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인 "고물가·소비 변화로 체감 안 돼"
상품권 소비 늘었단 반응도..."홍보 필요"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설 대목을 앞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평일치고는 제법 북적였지만 상인들 얼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랑상품권을 대규모로 풀고 있지만, 상인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싸늘했다.
"확실히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화폐로 결제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떡집 사장 임모(62)씨는 "매출이 늘긴 했지만 물가가 다 올라서 장사가 잘 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임씨 가게의 떡국 떡은 800g에 7000원에 판매 중이다. 인근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 같은 중량을 6360원에 파는 것과 비교하면 약 10% 비싸다. 최근 쌀 가격이 전년 대비 16% 넘게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단골 손님들을 의식해 가격 인상은 쉽게 못 하고 있다. 임씨는 "쌀 산지 가격이 올라간 영향을 이미 받고 있다"면서도 "단골 손님들이 바로 알아채기 때문에 소매 가격을 똑같이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떡은 완전 국산 쌀이고 공장에서 만드는 것보다 방부제도 없고 직접 만드는 노력이 가격에 포함돼 있다"면서 "그래도 경기가 안 좋으니까 사람들이 싼 걸 찾는다. 상품권이라도 풀려서 다행"이라고 했다.
7년째 청과점을 운영하는 고모(30대 남성)씨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우리 가게도 상품권, 제로페이 다 가능하다"면서도 "돈 풀었다고요? 평소랑 똑같은거 같은데. 근데 시장 분위기가 5년전하고 비교했을 때 더 안 좋아졌다"고 했다.
그는 "일단 요새 제사 지내는 집이 많이 없어졌고 가족들도 많이 안 모이는 추세니까 제사나 선물용으로 나가는 상품이 줄어서 과거보다 매출이 떨어진거 같다"면서 "경제가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홍삼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온누리상품권은 꽤 봤지만 아직 지역화폐를 쓰는 손님은 본 적이 없다"면서 "남대문 시장은 외국인들이 많이 오고 특히 우리 품목은 내국인보다 외국인 비중이 높아서 그런거 같다"고 말했다.

견과·건과일을 판매하는 70대 이모씨는 "상품권 소비가 확실히 늘었다"면서도 "(경기는) 평소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좀 더 안 좋은 거 같기도 하다"고 했다. 기자가 찾았을 때도 손님들로부터 온누리상품권을 건네받고 있었다.
이씨는 "누구는 돈 푸는 걸 비판하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선 돈 풀길 바라게 된다. 경기 살리겠다고 지원해주면 반갑고, 또 더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새 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안 와서 그렇게(지역화폐 살포)라도 안 하면 그냥 고사(枯死) 된다"며 "지역화폐가 발행됐다고 홍보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설 연휴를 앞두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며 지역사랑상품권을 집중 발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2월 두 달간 총 4조원 규모 상품권을 풀겠다고 했고, 각 지방정부도 할인율 상향과 구매 한도 확대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달 초 자치구별 서울사랑상품권 2823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11일에는 25개 자치구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광역 서울사랑상품권' 1000억원을 조기 발행한다. 모바일 앱 '서울페이+'에서 액면가보다 5%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남대문시장 골목 곳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상품권 덕에 손님이 끊기진 않았다"는 안도와 "물가와 소비 습관이 바뀐 데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설을 앞둔 전통시장의 풍경은 '4조원 풀기'라는 숫자와 시장의 체감 온도 사이 간극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