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5% 오르면 50세 미만 후생 0.23% 감소
50세 이상 고령층은 0.26% 증가
유주택 청년도 빚 갚고 저축하느라 소비 여력 줄어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집값이 5% 오르면 50세 미만 청년층의 후생은 0.23% 줄어드는 반면 50세 이상 고령층은 0.26%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 집 마련이나 더 나은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저축과 빚을 늘려야 하는 젊은 세대는 이미 집이 있어도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이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다각적인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상승이 연령별 소비 및 후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통상 집값이 오르면 가계의 자산가치가 높아져 씀씀이도 커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주택가격이 장기간에 걸쳐 상승한 반면 가계소비 증가세는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가계금융복지조사 미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 비중(평균소비성향)은 특히 40세 미만의 젊은 층, 그 중에서도 무주택 가구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자가가 없는 젊은 세대가 집값 인상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을 감내하는 동시에 향후 주택구매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를 줄였다는 의미다. 모의실험에서도 세대별로 결과가 엇갈렸다. 집값이 5% 오를 때 최종소비재 지출 단위로 평가한 가계의 체감 생활 수준은 50세 미만의 경우 0.23% 감소한 반면, 50세 이상은 0.2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주택자라도 50세 미만의 경우 주거 사다리 상향 이동을 위한 투자효과 등으로 체감 생활 수준이 떨어졌다.
젊은 세대는 집을 사기 위해 초기 자본금을 모으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비싸진 집값만큼 대출을 더 받으면서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에 짓눌리고 있다는 의미다. 고령층은 유주택자 비중이 높고 주거이동 유인도 적어 자산효과가 우세하게 나타나면서 이에 따른 체감 생활 수준도 개선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주택시장만의 독특한 구조도 한몫했다.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택과 같은 비유동적인 실물자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당장 지출할 현금이 부족한 가계를 '부유한 유동성제약 가계'라고 정의한다. 한국에선 주택가격이 급등한 최근 10여년간 이러한 가계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39세 이하 청년층에서 그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진철 한국은행 경제모형실 차장은 "유동성이 낮은 주택자산에 가계의 부가 집중된 구조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장부상 자산가치 증가가 가계의 실제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또한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 시 전세보증금이 커지기 때문에 무주택 젊은 층의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고령층이 집을 팔아 소비에 보태기보다 계속 쥐고 있으려는 경향도 소비 둔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주 차장은 "이런 상황에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세대, 자산계층 간 불평등이 심해지고 내수기반 약화가 초래될 수 있다"며 "높은 주거비 부담이 청년층의 만혼, 저출산 등과 같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의 배경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다각도로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