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일본의 안보 정책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란이 일본에 있어 에너지 수입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이 현실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일본에게 에너지 안보의 생명줄이다. 일본이 수입하는 원유의 90% 이상이 중동산이며, 그중 약 8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일본 경제의 기반인 에너지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집단적 자위권의 제한적 행사를 가능하게 한 것은 2015년 당시 아베 신조 정권이 제정한 안보 관련 법이다. 이 법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받고, 그 결과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를 '존립위기 사태'로 규정한다.
당시 국회 심의에서 아베 전 총리가 구체적 사례로 제시한 것이 기뢰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였다. 타국 군대가 무력행사의 일환으로 부설한 기뢰를 제거하는 행위는 자위권 행사에 해당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미 적용 시나리오가 제시된 셈이다.

그러나 실제 발동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 안보 관련 법에 근거한 중요 영향 사태나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사실 관계를 정보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250일이 넘는 석유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 충격은 흡수 가능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일본 기업 운항 유조선이 공격을 받은 사례가 있었으나,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한 적은 없다. 2019년 일본 기업 유조선 피습 당시에도 공격 주체가 불분명하고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존립위기 사태로 인정하지 않았다.
2025년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을 당시에도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당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존립위기 사태 해당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기뢰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도 과제다. 이란이 보유한 지대함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면서 기뢰를 제거해야 하며, 방공 능력 보강을 위해 호위함까지 투입할 경우 대규모 파견이 필요해진다. 이 경우 일본 국내 여론과 국회의 정치적 부담도 상당하다.
결국 이번 사태는 2015년 안보 법제가 상정했던 '가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단순한 지역 분쟁으로 볼지, 아니면 국가 존립에 대한 구조적 위협으로 판단할지에 달렸다.
'집단적 자위권'은 법 조문에 존재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행사되는 순간 일본 안보 정책은 또 한 단계 다른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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