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바브엘만데브까지 막히면 에너지 공급망 붕괴 우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글로벌 원유 시장의 명운을 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는 가운데, 지정학적 위기의 뇌관을 건드릴 또 다른 복병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예멘의 후티 반군이다.
12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저항의 축' 핵심 세력인 후티 반군이라는 새로운 적과 맞닥뜨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후티 반군이 이란을 지원하기 위해 무력 행동에 나설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마비될 수 있다는 잿빛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 하메네이의 '호명'과 후티의 "방아쇠 당길 준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이후, 전운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란의 모즈타바 하메네이 신임 최고지도자는 첫 공개 연설을 통해 강력한 보복을 다짐하며,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와 함께 '예멘의 후티 반군'의 지지에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하메네이의 이 발언이 곧 후티 반군의 참전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후티 반군 지도자 압둘 말릭 알후티는 지난 5일 TV 연설을 통해 "군사적 확전과 관련해 우리의 손가락은 방아쇠 위에 올라가 있으며, 어떤 상황 전개에도 즉각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서방 세계를 향해 노골적인 경고장을 날린 상태다.
지난 1990년대 자이디파(Zaydism) 종교 운동으로 출발해 2014년 예멘 정부를 전복하며 세력을 키운 후티는, 이란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중동 내 반(反)미·반(反)이스라엘 전선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쏘아 올린 전력은 이들의 파괴력이 허세가 아님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 "후티 참전 시 걸프 지역 대혼란 불가피"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의 다음 타깃이 홍해를 넘어 걸프 지역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앨리슨 마이너 중동 통합 프로젝트 책임자는 "후티가 이란 전쟁에 가세할 경우 걸프 지역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며, 이들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핵심 인프라를 직접 타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나아가 예멘 내부의 이권 다툼이 맞물리며 또 다른 전면전이 촉발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내놨다.
◆ 홍해마저 닫히면 글로벌 물류 '셧다운'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글로벌 에너지 운송로의 연쇄적인 '셧다운'이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해상 기뢰 설치와 상선 피격으로 인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호르무즈를 우회하기 위해 홍해 연안의 시설을 통한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024년 홍해 상선 공격으로 글로벌 물류를 마비시켰던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봉쇄한다면, 중동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나갈 수 있는 핵심 우회로가 영영 끊기게 된다.
전문가들은 두 핵심 해협이 동시에 봉쇄될 경우, 단순히 유가 폭등을 넘어 글로벌 해상 물류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후티 반군의 참전 여부는 중동 전쟁의 전선을 넓히는 변수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핵심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