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세계 최고의 엔진을 만들어내기까지는 눈물겨운 노력이 숨어있다.
1960년대 현대차는 KD 조립단계부터 시작해 70년대 고유모델 승용차 개발단계를 거쳐 80년대 양산체제 조립단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자동차의 심장부인 엔진과 변속기는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일본과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현대차 로고를 달고 다니는 자동차였지만 껍데기가 전부였다는 얘기다.
이에 현대차는 1983년 9월 신엔진개발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선진국의 핵심기술에 대한 보호주의에 대비해 엔진과 변속기의 독자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기업생존의 중요한 요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84년 파워트레인연구소를 경기도 용인 마북리에 설립하고, 1987년 7월부터 독자 모델 엔진 개발에 본격 착수, 국내 처음으로 엔진기술 자립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
그로부터 5년 6개월 후인 1991년. 현대차가 독자모델 엔진개발이라는 목표를 갖고 뛰어는 결과물이 탄생했다. 현대차는 1.5리터급 108마력 가솔린 엔진인 알파엔진(사진)과 변속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1991년은 한국 자동차엔진 독자모델 개발의 원년으로 기록됐다. 우리나라도 자동차의 심장을 스스로의 기술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든 것이다.
이후 현대차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1994년에 1.8/2.0 리터급 베타엔진과 변속기, 1997년에는 0.8/1.0리터 경차용 입실론 엔진을 개발하고 당시 아토스에 탑재했다. 이어 기존 엔진 대비 10% 이상 연비향상이 가능한 린번 엔진을 개발해 엑센트와 아반떼에 장착했다.
1998년에는 중대형 승용차인 EF쏘나타와 그랜저XG에 탑재한 2.0~2.7 리터급 V-6형 델타엔진(사진)과 3.0/3.5 리터급 시그마엔진을, 1999년에는 에쿠스에 탑재한 4.5리터급 V-8형 오케가 엔진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경차급에서 대형차급에 이르는 가솔린 엔진 풀 라인업 독자모델 체제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독자엔진에 대한 현대차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90년대에 시작된 독자엔진 개발은 월드 엔진 개발로 이어졌다.
현대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가 각 사의 차세대 승용차 탑재를 목적으로 공동으로 2002년 5월 GLOBAL ALLIANCE LLC(글로벌 엔진합작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세타 월드 엔진은 여기서 개발한 최첨단 가솔린 엔진으로 현대차는 설계단계에서부터 개발, 엔지니어링에 이르기까지 전 개발단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세타 월드 엔진은 현대차가 독자 자동차 핵심기술 수출의 계기를 마련한 엔진이다. 글로벌 엔진합작 유한회사 법인에 설계도면 및 생산기술 등의 기술사용권리를 부여하여 5700만 달러의 이전대가를 받았으며 3사에서 생산되는 차량에 탑재, 연간 총 생산량이 20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독자엔진개발,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 원동력"
이처럼 외국과의 합작이 아니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었던 기술예속의 상태에서 독자개발을 통한 기술자립단계를 지나 기술 수출이 가능한 선도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현대차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새롭게 부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을 갖게 됐다.
이는 독자개발 엔진의 자체 생산에 의한 기술료 절감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될 뿐 아니라 기술수출의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며, 또한 핵심기술의 국산화로 인한 원가절감은 연구개발에의 재투자를 가능하게 해 결국 제품의 품질과 완성도가 높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부품협력업체로의 기술 이전을 통한 동반성장 및 국내 자동차산업 기술수준 향상에도 일조했으며, 특히 엔진개발기술은 전자, 신소재 등 첨단 기술로의 응용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어 관련 산업으로의 기술파급효과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해외부품 도입에 있어서도 현대자동차가 자체 파워트레인 기술개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매자의 입장에서 협상력을 가질 수 있고 이러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보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부품들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