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당장은 아니지만 필요할 경우 대응에 나설 것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은 추가 양적완화(QE)나 다른 형태의 유동성 공급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7일(현지시간)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 증언에서 버냉키 의장은 추가 경기부양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미국 경제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했다.
미국 경제 상황과 관련, 버냉키 의장은 주택시장에서 고무적인 신호가 엿보이는 등 완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용을 포함해 일부 지표에서 회복이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로존 부채위기가 커다란 리스크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유로존의 상황이 미국 금융시스템과 경제 전반에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며,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연준은 미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방어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준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의 증언은 시기적으로 변곡점에 해당하는 때와 맞물린 만큼 시장의 관심이 뜨거웠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스페인까지 급격하게 확산됐고 미국 경제 역시 회복 둔화 조짐이 두드러진 만큼 통화정책과 관련해 입장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투자자들 사이에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하지만 그는 추가 부양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고, 시장은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피어포인트의 스티븐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속빈 강정이었다”며 “아마 증언 시점이 몇 년 전이라 해도 같은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이 약속한 것은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면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밀러 타박의 앤드류 윌킨슨 경제 전략가는 “버냉키 의장은 추가 양적완화(QE)에 대해 확정적인 발언을 회피하려는 인상이 역력했다”고 판단했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마이클 가펜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발언을 토대로 판단할 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번 회의 때 추가 부양에 나설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시장이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일제히 출렁였다. 미 국채 수익률이 보합권을 유지한 가운데 달러화가 낙폭을 축소했고, 금 선물이 온스당 1600달러 아래로 밀렸다. 주가와 국제 유가 역시 상승폭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