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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증언] '오해' 풀어낼까… 관전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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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성장·고용·물가·재정등 과제 산적

[뉴스핌=김사헌 기자] 상반기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취약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앞서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밝힌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시장과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그가 어떤 식으로 발언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7일과 18일 버냉키 의장은 각각 하원 재정위원회와 상원 은행위원회에 각각 출석해 통화정책 전반에 대해 증언하는 반기 의무 행사인 '험프리호킨스 증언' 자리를 갖는다. 임기 중 제16차 증언이 될 이번 행사에서 그가 의원들에게 해명하고 설득해야 할 것들은 생각보다 많아 보인다.

관전포인트는 역시 버냉키 의장이 6월에 사용한 '커뮤니케이션' 기조를 그대로 반복할 것인지, 그렇다면 이번엔 어떤 부분에 강조점을 둘 것인가에 있다. 

버냉키는 그 동안 의회에 총 60차례 증언을 했는데, 팩트셋(FactSet)의 분석에 의하면 이 중에서 반기 의회증언이 미국 증시에 호재가 된 적이 많았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60회의 증언 직후 주가를 보면 절반은 악재로, 절반은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험프리호킨스 증언 15회 중에서 12번이나 주가가 상승했다. 그 만큼 시장의 가려운 부분을 확실하게 긁어줬다는 얘기도 된다. 15차례의 험프리호킨스 증언 이후 이틀 주가 동향으로 보면  S&P500지수는 평균 0.7% 상승했다.

 

지난 6월 19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공개시장위원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Federal Reserve]


◆ 버냉키, 시장과의 오해 풀까

약 한 달 동안 금융시장의 동요를 지켜본 그가 시장과의 '오해'를 풀 대목이다. 특히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기자들에게도 채권 금리 상승세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이는 '오해'에 기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구전략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수정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앙은행의 신뢰에 대한 부분이며, 한 달 만에 말 바꾸기는 용납될 수 없다.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현재 코너스톤매크로란 컨설팅업체에 소속된 로베르토 페를리 씨는 "금융시장이 연준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본질은 연준을 신뢰하지 않고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해를 풀어야 하지만, 했던 말은 계속 반복해야만 신뢰가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출구전략의 타이임에 대한 해석 차이도 좁혀야 하는 대목이 있다. 버냉키 의장은 연내에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금융시장은 곧바로 "9월에 시작해서 연내에 끝낼 것"이란 관측으로 컨센서스를 모았다. 이후 버냉키가 시장을 설득하면서 그 시점은 연내 혹은 내년초 정도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이번에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 개시 시점을 판단하기 위한 '트리거'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출구전략과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버냉키 의장의 임기 만료와 차기 의장에 대한 부분도 관전 포인트다. 차기 의장이 어떤 성향의 인물이 될 것인지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라는 이행기를 성공적으로 끌 수 있는지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출구전략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고, 지난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위원회의 '지령'을 받고 "빠르면 연내에 출구전략을 개시, 내년 중순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의 미국 경제 전망은 민간 전문가나 월가의 시각과 판이하게 '낙관적'이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이 같은 경기 판단과 출구전략에 놀랐고, 혼란과 불확실성에 떨었다. 특히 채권시장이 직격탄을 맞았고, 신흥시장이 자금유출로 몸살을 앓았다.


◆ 낙관적인 경기 판단, 어떻게 설명할까

버냉키 의장은 이후 미국 경제에 대한 판단을 다소 수정했다. 아직 완화정책을 회수할 정도로 실업률이 낮지 않다면서, 출구전략 개시가 다소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역시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6월 FOMC 직후 미국 상무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4%에서 1.8%로 하향 수정했다. 소비지출이 당초 판단했던 것보다 강하지 않았다.

게다가 2분기 성장률이 생각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가 포착됐다. 월가는 당초 2% 가까이 될 것이라고 본 2분기 성장률 예상치를 1% 전후로 낮추고 있다.

16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MEA)가 5월 도매재고 등 일련의 지표가 약하게 나온 뒤 2분기 성장률 예상치를 월초 1.7%로 제시했다가 0.7%까지 대폭 낮춘 것을 들면서 "월가와 연준의 시각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다만 채권시장이 최근 빠르게 출구전략 개시 관측을 후퇴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경제전문가들이나 금융시장은 모두 연준이 예상한 것처럼 경제 사정이 빠르게 개선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혼란 이후 신뢰지수도 흔들리고 있는 데다 실업 문제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상황이어서 갈 길이 멀다.

WSJ의 연준 출입 기자인 존 힐센라스는 이날 별도의 기사를 통해 "버냉키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축소는 4가지 경제적 '퍼즐', 즉 ▲ 고용시장 개선 지속 ▲ 실업률지표 해석 ▲ 물가 안정 회귀 ▲ 재정지출 축소 부작용 등을 풀어야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미국 노동부, 상무부. 연준 자료. WSJ에서 재인용


◆ 버냉키가 풀어야 할 경제적 '퍼즐'

실제로 버냉키 의장은 이미 경제 여건이 생각보다 좋지 않으면 완화정책 축소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 의원들 역시 이런 쪽에 질문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고용시장은 최근 9개월 동안 매월 20만 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해왔는데, 낮은 성장률을 감안할 때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버냉키 의장 역시 성장률이 좀 더 강해져야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실업률이 지난해 9월 추가 양적완화를 개시할 때 8%가 넘던 데서 7% 중반까지 하락하고 있지만, 이는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등 숨은 변수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6월 기자회견에 실업률이 고용시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안정목표보다 계속 낮게 지속된 것이 과연 '일시적인 요인들'에 의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일부 민간 경제전문가들이나 연준 내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같은 사람들은 이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연준은 "재정지출 삭감이란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을 제시했는데, 이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인식과 차이가 있다.

재정지출 삭감이 주는 경제적 충격이 연준의 판단과 달리 더 크고 지속적이라면, 이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가을에 미국 의회는 다시 한 번 부채한도 상한을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또다시 파란이 일어날 수 있다.

버냉키 의장도 "아직 재정적 제약 요인을 모두 극복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고 언급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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