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원조 홍대여신 한희정이 아주 색다른 시도를 보여준 정규 2집 앨범 '날마다 타인' 활동을 마무리 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한희정은 지난 6월 앨범 발매 이후 다양한 무대와 안산밸리록페스티벌, 9월 단독 콘서트, 제주도 소규모 공연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타이틀곡 '흙'에서 약간은 엉뚱하면서도 친근한 면모를 드러낸 덕분인지 신선한 평가도 잇따랐다.
한희정은 최근 단독 콘서트 이후 진행된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이번 활동 막바지에 접어든 소감과 새로운 시도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재차 엉뚱하게도 자신을 홍대여신이 아니라 '홍대 여(자댄싱머)신'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스스로는 댄싱머신처럼 춤을 춘다고 생각한다"며 한동안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기존의 약간은 우울한 감성에 치우친 여성 싱어송 라이터의 면모는 잠시 접어둔 듯했다.
"'흙'은 곡에서나 뮤직비디오에서 살짝 코믹해 보이는 이미지가 드러났죠. 모든 사람은 여러 면을 갖고 있잖아요. 그게 정말 친한 사람에게만 보여줬던 저예요. 약간은 푼수같고 나사가 빠진 듯한 면이 제 안에 있어요. 하도 지인들이 관객 앞에서 새침하게 단아한 척 한다고 해서 조금 보여드렸죠. 팬들이요? 처음에 '뭐야, 이런 사람이었어?' 하고 당황은 하시더라고요.(웃음)"
한희정은 타이틀곡 '흙'에서 낯설지 않은 콘셉트로 쉬운 전달 방식을 선택했다. 다만 이번 앨범에는 한희정의 기존 색깔을 유지한 곡들도 실려 있다. '더 이상 슬픔을 노래하지 않으리'와 같은 곡은 원래 사랑해주던 팬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만하다. 사실 앨범 타이틀곡으로 '날마다 타인'과 '흙'을 두고 마지막까지도 고민이 많았다고.
"앨범만 놓고 보면 어두운 색깔의 곡도 많아요. 그래서 '더 이상 불친절하면 안 되겠다' 싶어 쉽게 가고자 의도했죠. 처음부터 일부러 계획해서 '이렇게 보여드려야지' 하지는 않아요.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고민하고 그런 이미지를 떠올렸죠.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어요. 낯설지 않게, 그리고 친절하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었죠. 다음에는 과연 제가 어떤 방식이나 노래를 들고 올까요? 사실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실제로 한희정을 아주 잘 알고 친한 팬들이 아닌 음악만 들겨 듣던 팬들은 '흙'이 발표된 후 재밌는 반응들을 쏟아냈다. 그는 "어느 팬은 제 뮤비를 본 자신의 표정을 그려서 올리기도 하고 제 발레 동작을 보고 '이게 발레라니?'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색다른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평론하시는 분들 중 저를 살짝 아시던 분들은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이런 사람이었구나?'라는 반응도 있었고, 어떤 분은 '이렇게 음악을 잘하시는지 몰랐어요. 죄송합니다'라고도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의외였고,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었지?'하는 생각도 들었죠. 살랑살랑 어쿠스틱한 음악을 하는 홍대여신, 싱어송라이터의 고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한 듯해요. 쉽고 주의를 끄는 전달 방식이 프로듀서, 연주, 사운드 전반에 참여하는 제 역할을 오히려 부각시켜줬죠."
이와 연장선상에서 한희정은 '날마다 타인' 발매 기념으로 연 단독 콘서트에서 뮤지션으로서는 물론, 기획과 연출까지 전반에 참여했다. 항상 공연은 노래를 들려준다는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그는 이미지와 소리가 잘 어우러지도록 텍스트, 영상물 콘셉트에도 직접 참여해 균형 있게 다양한 요소들을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이번에는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어서 새로운 곡들에 최대한 초점을 맞췄고, 낯설지 않게 이전 곡들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공연을 준비하며 돌아보니 자연스럽게 그동안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번 앨범은 그 관계에 찍는 마침표죠."
한희정은 10여 년간 뮤지션으로 사랑받아왔지만 홍대여신, 싱어송라이터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사실 "새로 뭔가를 배우거나 누군가를 만나는 데 익숙지 않다"는 그는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흙'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였던 발레 동작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원래 뭔가 배우거나 하는 걸 안 좋아해요. 어릴 때 악기를 배운 이후로 발레가 처음인데, 동료가 극찬을 하며 추천해서 해봤어요. 스스로 발레하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엔돌핀이 생성되고 그만 둘 수가 없더라구요.(웃음) 지금도 계속 하고 있어요."
한희정은 내년쯤 발표할 새 앨범에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담지 않을 예정이다. "폐쇄적인 사람이라 관계에 집착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면서도, 새로 선보일 음악에 관해서는 마르지 않는 욕심과 포부를 드러냈다.
"새 앨범이요? 지금 생각으론 관계에 관한 이야기는 할 만큼 한 듯 해요. 20대 중반부터 꾸준히 했고 지금은 30대니까 그때와 많이 달라졌죠. 가끔은 낯설기도 해요. 변하려고 노력했던 시도도 분명히 있었고요. 살아가면서 관계가 모두 끝나는 일은 없겠지만 '날마다 타인'으로 마침표를 찍은 만큼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 항상 지향하는 것은 '들으면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 그런데 듣고 생각하게 하는, 생각하면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랍니다."
"친동생인 연기자 한주완,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길 바라요." 한희정의 친동생은 현재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 출연 중인 신예 한주완이다. 늦은 나이에 데뷔한 신인임에도 단박에 남자 주연급인 최상남 역으로 등장해 왕광박 역의 이윤지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런 동생에게 한희정은 누나로서, 또 영화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동생이 늦게 학교에 들어가 하고 싶은 걸 늦게 시작한 케이스예요. 아직 단편영화와 중장편 독립영화들을 찍었고, 정말 경력이 얼마 안되는 배우인데 큰 역할을 하게 됐다니 기특했죠. 사실 연기하는 것 보면 저는 누나라서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어서, 가족이라 좀 어색한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주위에서는 '멀리 바라보고 갈 수 있는 배우다, 상업과 예술적으로 싹이 있다'고 해주시니 또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연기를 잘 하나봐요. 잘 하니까 그 오디션에서 합격을 했겠죠. 특히 닮지 않은 외모에 관해 묻자, 한희정은 "3형제인데 다 다르다"며 "남동생이랑 나가면 '여자친구냐'하고 여동생이랑 나가도 친구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한주완에게 직접 문자가 오자 "양반은 못된다"며 웃었다. "혼자 잘하고 있는 듯해요. 막내 동생인데 늦게 일을 시작해서 집에서는 걱정을 좀 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왕가네 식구들' 역할이 파격적인 발탁이라고 관계자들이 그러더라고요. 잘 할 거라고 믿어요. 지원해준 것도 없고 대형기획사에서 서포트를 받은 것도 아닌데 자력으로 해내서 자랑스럽죠. '이제 시작이다'라는 느낌이에요. |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파스텔 뮤직]